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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지 않고 지하철·버스 타고 가까운 곳에서 '더위 피하기' 인기
한강수영장에 여성 수영복 입은 남성…흡연·음주·쓰레기 무단 투기도

[촬영 조현영]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양수연 기자 = "에어컨 틀고 집에 있는 것보다 계곡 와서 물놀이 하는 게 더 재밌어요!"
한낮 더위가 절정에 이른 3일 오후 1시 반, 서울 광진구 긴고랑계곡에 발을 담그고 친오빠와 물을 튀기는 장난을 치던 8살 김지우 양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서울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오후 2시 기준 공식 기온이 36.1도까지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더웠다.
이날 광진구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37도까지 치솟았지만 긴고랑계곡은 인근 아차산 덕에 한결 시원하게 느껴졌다.
마을버스로 쉽게 올 수 있어 주말에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평일 낮인 이날은 한산하게 피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몸을 계곡물에 담근 채 가족과 이야기하거나 돗자리를 깔고 족발 등 음식을 나눠 먹는 중년의 남녀, 집 거실처럼 앉아 스마트폰을 보는 젊은 남성,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젊은 커플 등이 눈에 띄었다.
김지우 양의 모친인 김명미(41) 씨는 "용답동에 사는데 지인이 이 계곡이 괜찮다고 해서 아이들과 놀러왔다"며 "11시 반부터 두 시간 정도 있으면서 김밥, 샌드위치도 먹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촬영 조현영]
능동에 사는 이한나(41) 씨도 물놀이로 흠뻑 젖은 유치원생 자녀에게 겉옷을 입혀주면서 "유치원 방학이기도 하고 너무 더워서 계곡을 찾았다"며 "휴가철이어서 멀리 나가기 어려웠는데 아이가 집에 안 간다고 할 만큼 좋아해서 다행이다"며 웃었다.
중장년층도 시원한 계곡물에 바지를 걷어붙였다.
송파구에서 찾아온 김모(69) 씨는 정오부터 3시가 넘어서까지 70대 남편 이모 씨와 계곡을 즐겼다.
계곡 초입에서 광진구가 무료로 나눠주는 생수도 함께였다.
김씨는 "지하철, 버스를 타고 계곡까지 왔다"며 "요즘은 속초만 가도 방값이 50만원이 넘는다던데 서울에서 이 정도면 아주 좋다"며 웃었다.

[촬영 조현영]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9일까지 청계천 상류 약 120m 구간에서 진행되는 '2026 청계천 첨벙첨벙' 행사에도 무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37도의 뙤약볕 아래서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운 한낮을 보내는 시민들이 천변을 가득 채웠다.
기자도 직접 신발을 벗고 물속에 발을 담가보니 시원한 기운이 다리를 타고 전해졌다.
청계천을 따라 서늘한 바람이 불어 이마에 맺혔던 땀도 금방 식었다.
바닥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깨끗한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어머니 김경인(59) 씨와 함께 발을 담그고 있던 김지연(35) 씨는 "근처에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고 천변을 지나가다 '아쉬워서 한번 내려가 보자' 하고 왔다"며 "물이 정말 시원하다. 계속 담그고 있으면 너무 차가워서 뺐다가 다시 넣다가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촬영 양수연]
딸 김씨는 "예년에 비해서 더 더운 여름인 것 같다"면서도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요가, 러닝 등 운동을 부지런히 하면서 활동적으로 보내니 체력이 더 잘 관리되는 것 같다"고 했다.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먹으며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던 김모(65) 씨와 신모(65) 씨는 "물이 제법 차갑다"며 찰방찰방 물살을 갈랐다.
이들은 "커피숍에 앉아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기가 아까우니까 여기로 왔다. 오후쯤 되면 사람이 많아진다"고 전했다.
일부 얕은 구간에는 입수가 허용돼 수영복을 입고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천변에는 워터슈즈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고, 안전관리자들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주변 위험 요소를 살폈다.
여름방학을 맞아 자녀를 데리고 안양에서 피서를 온 이모(40) 씨는 "아이가 물을 너무 좋아해서 멀리서 왔다. 청계천에서 이럴 기회가 별로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물 온도가 어떤가요'라고 묻자 박하루(9) 양은 시원해요"라고 답하며 밝게 웃어 보였다.

[촬영 양수연]
다만 도심 속 피서지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흡연·음주·쓰레기 무단 투기·성범죄 등 각종 민폐·불법 행위가 늘어나는 문제도 떠오른다.
이날 청계천에서도 행사장과 500m가량 떨어진 구간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외국인 2명이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이 "여기서 흡연하면 안 된다"고 제지하자 이들은 담배를 끄고 자리를 벗어났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는 지난 6월 19일 개장한 한강 수영장에서 각종 민폐 행위를 접했다는 목격담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음식을 먹고 치우지 않아 비둘기가 떼 지어 날아들었다', '월요일 오후 2시에 방문했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은 데다 물 위에 무언가 둥둥 떠다니고 매우 더러웠다' 등 후기가 전해졌다.
불법 촬영과 성추행 피해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수영장에 사람이 몰려들면서 불쾌한 신체 접촉이 발생하거나, 몰래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17일 여의도 한강 수영장에서 여성 이용객을 몰래 촬영한 한 남성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또 이날 SNS에는 여성 수영복을 입고 한강 수영장에 등장한 한 남성에 대한 목격담이 확산하며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최근 한강 수영장을 방문했다는 정모(25)씨는 "여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디제잉 비슷하게 시끄러운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다"며 "물도 더럽고, '워터밤' 분위기에 가까워 수영을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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