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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취업규칙 개정안에 근로자 소송…"집단적 의사결정 과정 수반돼야"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사내 전산망에서 직원 과반수가 동의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요건인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롯데쇼핑 근로자 A씨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 중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액분 청구'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롯데쇼핑은 2014년 정년을 만 57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만 58세부터 임금이 25∼40% 줄어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근로자 동의를 받는 방식이었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당시 롯데쇼핑과 단체교섭을 진행한 노조는 가입자 수가 근로자 과반에 못 미쳤다. 이에 롯데쇼핑은 사내 전산망에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취업규칙 개정안을 공지하고 일주일간 동의 절차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근로자 4천906명 중 78%에 해당하는 3천857명이 동의 의사를 표시했고, 롯데쇼핑은 2016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A씨 등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무효라며 2022년 12월 소송을 냈다.
1·2심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과반 노조가 없는 경우 사업장 전체 또는 기구별·부서별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해 찬반 의사를 모으는 회의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판례를 들었다. 근로자들이 집단적 의사를 형성할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이런 절차가 없었던 만큼 사내 전산망 과반수 동의만을 근거로 한 취업규칙 변경은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아울러 당시 공지사항에는 임금피크제에 관한 구체적 설명이 없었을 뿐 아니라, 동의 절차의 성격도 '단체협약 체결 및 근로기준법 변경에 따른 개정 사항을 취업규칙에 반영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기재돼 있었던 터라 직원들이 자신의 의사표시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동의권을 행사하는 것임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상호 간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 의견을 집약하는 등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이 수반돼야 한다"며 "이런 실질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시한 근로자 수가 형식적으로 절반을 넘는다고 해도 그 취합 결과가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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