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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기초서 최초 女의장에 상임위원장 '싹쓸이'…첫 출산휴가에 '성추행 엄단' 목소리도
광역의회 주요 직책 절대 소수에 '유리천장' 지적 여전…"실력 보여주면 유리천장 깨질 것"

왼쪽부터 인미동·박은희·하경옥·이나영·김민숙 의원 [대전시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종합=연합뉴스) 6·3 지방선거 결과로 구성된 지방정치에서 여풍(女風)이 거세다.
헌정사상 첫 여성 광역단체장이 탄생하고 광역의회 최초로 여성 의원이 절반을 차지하는 등의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데 이어, 일부 광역의회에서 처음으로 여성위원장이 나오고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성이 싹쓸이하는 '역사'가 쓰이기도 했다.
과거 보건·복지 분야 등 분야에 제한적이었던 여성 정치인들의 행보가 이제는 행정·산업 등 핵심 분야까지 넓어지면서 지방정치를 바꾸는 '동력'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성평등 문화가 확산하고, 기존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 정치문화도 변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광역의회의 경우, 여성 의원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여성 목소리를 반영할 통로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먼저 길을 연 여성 정치인들이 '실력'으로 이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 커진다.
◇ 최초 여성 의장에 상임위원장까지 싹쓸이…'여풍' 거세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광역의회 최초로 여성의원 절반(22명 중 11명) 시대를 연 대전시의회에서는 상반기 5개 상임위원장 자리가 모두 여성 몫으로 돌아갔다.
대전시의회는 전국 광역의회 최초로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성이 차지하는 진기록도 세우게 됐다.
서울시의회도 11대 후반기 의장에 국민의힘 최호정 의원을 선출하며 1956년 시의회 개원 이래 첫 여성 의장을 맞이했다.
제주도의회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강성의 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되면서 최초의 '3선 여성 도의원'이 탄생했다.

왼쪽부터 이해련, 임채숙, 표주숙, 강희순 의장 [각 시군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 기초의회에서는 여성 의원들 약진이 더욱 뚜렷하다.
경남 창원시의회에서는 국민의힘 이해련 의원이 제10대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되며 사상 첫 여성 의장 시대를 열었다.
거창·함양군의회에서도 각각 국민의힘 표주숙 의원, 3선의 민주당 임채숙 의원이 선출되며 개원 이래 최초로 여성 의장이 됐다.
진주시의회에서는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에 각각 국민의힘 박미경·강길선 의원이, 하동군의회에서는 국민의힘 강희순·민주당 최민경 의원이 각각 선출되며 의장과 부의장 모두 여성이 이끄는 '투톱 체제'가 만들어졌다.
전북 남원시의회에서는 4선의 민주당 한명숙 의원이 남원시의회 첫 여성 의장에 이름을 올렸고, 김제시의회는 제10대 전반기 의장에 3선의 민주당 이정자 의원을 선출했다.
강원 춘천시의회는 개원 이후 처음으로 여성인 민주당 이희자 의원과 국민의힘 정경옥 의원이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의회 첫 출산휴가…성평등 문화 확산·남성중심 정치문화 개선 기대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고 그 위상도 높아지면서 성평등 문화 확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의회에서는 개원 이래 처음으로 현역 의원이 출산해 출산휴가를 쓰는 사례가 나왔다.
2023년 5월 의원 출산휴가 관련 조항을 담은 '창원시의회 회의 규칙'을 개정한 이후 이달 초 첫딸을 출산한 민주당 이원주(38) 의원이 처음으로 실제 적용된 사례가 됐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에 "정치가 기존에 남성의 영역, 나이 많은 기성세대의 영역이었는데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젊은 청년들과 여성들이 정치활동에 나서게 됐다"며 "출산휴가 도입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여성단체는 지역 정치권에서 소수였던 여성들이 주류로 올라선 만큼 성평등 문화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단체가 요구한 경력보유여성 지원 예산 확대가 민선 9기 대전시장의 공약에 반영됐다.
지방의회에서 심심치 않게 나왔던 '성추행' 등 남성 중심 권위주의적 정치 풍토가 점진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전시의회 운영위원장에 선출된 김민숙 의원은 직전 9대 의회에서 한 시의원이 강제 추행으로 유죄를 받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됐음에도 징계안이 부결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윤리위 규정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당선인 3명 중 1명은 여성…'유리천장'은 여전
6·3 지방선거 당선인 4천226명 중 여성 당선인은 1천398명(33.1%)으로 집계됐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여성 당선인 수(1천180명)에 비해 218명 늘어난 수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방선거 실시 31년 만의 첫 여성 광역단체장이다.
경기 안성·과천시장, 은평구청장은 최초 '3선 기초단체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다만 전체 당선인 성별로 보면 여성 증가 흐름을 체감하기 어렵다. 광역·기초단체장 243석 중 여성은 10명으로 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7회 8명(3.3%), 제8회 7명(2.9%)에 이어 세 차례 지방선거에서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특히 광역의회 단위에서는 '여성 위상 제고' 흐름을 감지하기 쉽지 않다.
통합 청주시의회는 2014년 청주시와 옛 청원군이 통합해 출범한 뒤 처음으로 민주당 임은성 의원이 여성 의장으로 선출됐지만, 충북도의회 의장단은 3명 모두 남성으로 채워졌다.
충북도의회 전체 의원 38명 중 여성은 9명(23.7%)으로, 이번 지방선거 전국 평균 여성 당선인 비율(33.1%)에 못 미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전체 의원 91명 가운데 여성이 26명(28.6%)임에도 의장단(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은 모두 남성이다.
11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여성은 이귀순 미래산업위원장 1명뿐이다.
이번 달 출범한 제13대 경북도의회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에 선출된 여성 의원이 1명도 없다.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가시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견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몇몇 스타 정치인 배출을 넘어 지속적인 정치 참여 및 '여성 정치인으로 인한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실질적인 영향력 강화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영득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광역 비례에 여성 의원을 두도록 하는 제도 등 덕분에 여성 의원의 진출이 늘었다"며 "기초의회에서 경험을 쌓는 여성 의원들이 늘면서 앞으로 광역의원 진출도 더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경험을 통해 실력을 증명하는 여성 의원들이 많아질수록 공천과 당선 기회도 더 넓어지고, 사회의 여타 다른 분야처럼 정치 쪽에서도 자연스레 유리천장이 깨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지혜 박철홍 김동규 백도인 김용민 신민재 이상학 허광무 김형우 민영규 박정헌 최종호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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