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보완수사권 논쟁을 둘러싼 사실과 오해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류승완 감독의 영화 <부당거래>(2010)는 연쇄살인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 스폰서가 서로 이익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사건을 조작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악질경찰>(2019)은 법과 수사에 해박한 비리 경찰이 자신의 지위와 정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증거를 감추는 공권력의 타락을 다뤘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은 <부당거래>의 조직적 은폐와 <악질경찰>의 공권력 타락이 현실에서 겹친 듯한 인상을 준다.
장윤기 사건은 집권 여당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경찰은 애초 장윤기의 범행을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치면서 혐의는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성범죄 의도를 보여주는 케이블 타이와 훼손된 리얼돌(사람을 형상화한 성기구)은 압수되지 않았고, 현장 감식 영상의 삭제를 지시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부친의 증거 인멸과 동료 경찰의 수사기밀 유출 의혹도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후 여당 내부에선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했다. 성폭력·아동학대·강력범죄만큼은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완수사권 논쟁에서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일각에서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을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개시권은 자체 첩보를 토대로 직접 수사하는 권한이다. 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폐지돼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갔다. 지금 검찰에 남은 것은 경찰 송치 사건의 증거와 법리를 따지는 보완수사권뿐이다. 장윤기 사건은 보완수사권이 경찰 수사의 허점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보정 장치임을 보여줬다. 중요한 것은 경찰의 '수사종결권'이다. 경찰이 불송치하면 사건은 검찰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이는 검찰의 기소권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피해자의 이의신청 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사회적 약자인 경우 그 견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여당 내 강경파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방침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짐작건대 첫째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다. 2009년 검찰의 별건·먼지털이식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는 기억이 당과 지지층의 뇌리에 깊게 남아있다. 둘째는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다. 셋째는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라는 원칙론이다. 강경파에게 보완수사권은 그저 보충수사 권한이 아니라, 검찰이 정치적 사건에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히든카드'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원칙이 현실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이 제도 설계와 피해자 보호보다는 진영 논리에 좌우된다면, 이는 정책의 우선순위가 국민보다 특정 지지층에 기울어 있다는 징후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체계 설계에 있다. 무엇보다 권력기관은 서로 견제받아야 한다. 한 기관의 판단은 다른 기관이 다시 검증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검찰의 수사개시권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남은 선택은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것인가, 존치할 것인가다. 형사사법제도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