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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문법 넘어 한국인 생각 전해야"

입력 2026-07-16 08: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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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서 한국어 전파 수장으로…'취임 100일' 맞아


"식민지 언어서 글로벌 언어로 성장…유례없는 기적"




'2026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서 공통연수 진행하는 전우용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세종학당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어가 내 삶에 들어왔어요."


전 세계 곳곳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고백하는 말이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발음을 익히고 낯선 문법을 외우기만 하는 딱딱한 과정이 아니라,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생각·문화 등과 온전히 마주한다는 의미다.


평생을 역사학자로서 연구에 매진하다 전 세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최전선 기관의 수장이 된 전우용(64)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의 교육 철학도 이와 맞닿아 있다.


전 이사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14일 '2026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가 열린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한국인의 사고방식, 즉 문화와 전면적으로 접촉하는 일"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그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 그동안 발음이나 어휘 등 기능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었다고 진단하며, 앞으로는 세계인과 기꺼이 공유할 가치가 있는 한국인들의 진정한 '생각'을 교재와 교육에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서 K-리듬과 전통 예술 교육 참가한 교원들

[세종학당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세종학당재단이 주관한 올해 대회는 '한국어로 이어진 우리, 서로의 이야기가 되다'라는 주제로 14일 개막해 16일까지 진행된다. 현장에는 56개국, 124개소 세종학당에서 209명의 한국어 교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오는 9월 중순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즈베키스탄(7개소 14명), 카자흐스탄(1개소 2명), 키르기스스탄(3개소 6명), 투르크메니스탄(1개소 2명) 등 4개국에서 24명의 교원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이사장은 대회 기간 중 역사학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한국어가 걸어온 길이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기적'임을 거듭 역설했다.


그는 "과거 한국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멸 위기를 겪었던 식민지 원주민의 언어였다"며 "지금은 전 세계 학습자 수 6위의 글로벌 언어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어 등 현재 통용되는 '글로벌 언어'들은 제국주의적 팽창의 산물로, 제국의 판도가 곧 언어의 판도였다"며 "제국주의의 팽창 없이 식민지 원주민의 언어에서 글로벌 언어로 발전한 것은 한국어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외국인들이 한국에 보내는 높은 관심 이면에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기적적인 일이 가능했을까'라는 호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취임사 하는 전우용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세종학당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물음에 제대로 응답하는 것이 재단의 주요 과제라는 게 전 이사장의 생각이다. 나아가 '탈식민'의 가치를 세계인과 나누며 공존공영과 평화의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재단의 문화 교육 콘텐츠도 현대에 맞게 변화를 줄 방침이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만을 '한국문화의 정수'로 고집하기보다는, 현재 한국인들이 누리며 즐기는 보편적 문화를 재조명해 콘텐츠를 재구성할 계획이다.


또 인종, 젠더, 종교, 문화적 금기에 대한 국가별 차이를 세심히 고려하되, 인류 발전에 기여한 한국인의 역사적 성취를 교재에 담아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전 이사장의 비전은 '2026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프로그램 곳곳에 녹아들었다. 그는 대회 첫날 공통연수를 이끌며, K-콘텐츠의 수요를 지속적인 한국어 학습으로 확장하기 위해 역사·문화·인물을 결합하는 교육 체계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최윤정 교육자원본부장은 이음, 나눔, 어울림, 보람 등 재단의 4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현장 맞춤형 교육자료 보급과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전 이사장은 "첫째 날은 통합 연수로, 둘째 날부터는 분야별 개별 연수로 기획했다"며 "AI 활용 교육, 세종한국어평가(SKA), 다양한 교육자료 활용법을 비롯해 교육 현장에서 쓸 수 있는 K-컬처 관련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2026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서 전통매듭 실습하는 한국어 교원들

[세종학당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어에 대한 세계인들의 애정은 나날이 실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K-팝이나 드라마를 즐기는 것을 넘어 취업과 비즈니스, 유학 등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한국어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재단은 '농·어업 근로자를 위한 쉬운 한국어', '세종 비즈니스 한국어', '유학 한국어' 등 수요자 중심의 세분된 맞춤형 교재를 발간했다.


지난 5월에는 문체부, 현대자동차, 케이모빌리티브릿지재단과 '제조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대상 한국어 교육 지원 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교재 개발을 시작하는 등 지원망을 넓히고 있다.


전 이사장은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한국어가 그만큼 세계인의 실질적인 언어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라며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서 K-디저트 실습하는 한국어 교원들

[세종학당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마트폰 AI가 통역을 대신하고 SNS가 자동 번역을 지원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전 이사장은 사람이 주고받는 '교육의 온기'를 굳게 믿는다. 미세한 표정과 동작, 눈빛이 함께 어우러져야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재단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AI 기반 학습 앱 2.0' 같은 에듀테크 전략 역시 사람의 자리를 밀어내기 위함이 아니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오히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나 한국어를 쉽게 접하도록 돕고, 이 같은 온라인에서의 편리한 만남이 결국 '현장 교육'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게 재단의 궁극적인 목표라고도 했다.


전 이사장은 "외국인들과 한국어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마음과 마음이 교류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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