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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에 "나는 당당한 코리안"…동포 자녀들의 긍정적 변화
주입식 대신 '계승어 교육' 도입…이민 2·3세대 가정 소통 회복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6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 참석차 최근 방한한 김규리 미국 하와이 한인 사회학교 교사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세계 한국어 교육자 통합연수' 개막식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15 raphael@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미국 하와이 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에서 한국어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규리 씨는 평일에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지만, 매주 토요일이면 특별한 교단으로 향한다.
하와이 현지 이민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상징성을 지니고 있고,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인 교회 부설 한글학교인 하와이 한인 사회학교에서 이민 2·3세대 청소년들을 위해 2년째 한국어 수업을 한다.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6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 참석차 최근 방한한 김씨는 지난 13일 '세계 한국어 교육자 통합 연수' 개막식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글학교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보람 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경희대에서 국내 최초로 개설된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김씨는 한국어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해외 현지의 생생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대학 재학 시절 진행했던 교육 봉사를 통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겪는 언어적 소외와 한국어 교육의 절실함을 온몸으로 체감한 그는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 땅에서 재외동포 자녀들의 정체성을 길러내는 차세대 교육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몸담은 한글학교는 학생 100여명과 교사 20여명에 더해 출석 체크와 아동 안전 픽업, 간식 배부 등 행정 업무를 돕는 고등학생 보조교사 10여명까지 130여명의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하와이 한인 사회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는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로 이민 2·3세대 청소년들의 정체성을 꼽았다. 하와이는 지리적·역사적 특성상 일본의 영향력이 커 약 10년 전만 해도 한글학교에 다니는 동포 자녀들은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이 한국계임을 숨겼다.
현지 학교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나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왔다"고 거짓말을 할 정도로 정체성의 혼란과 결핍을 겪는 아이들이 많았다는 게 선배 교사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K팝, K드라마, K푸드 등 강력한 한류 열풍은 하와이 교실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학생들은 가방에 K팝 아티스트의 굿즈와 배지를 자랑스럽게 달고 다닌다. "나는 하와이의 수많은 아시아인 중에서도 당당한 '코리안(Korean)'이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자부심을 내보인다.
김씨는 "사춘기를 겪으며 방황하고 부모와 갈등을 빚는 아이들이 매주 토요일에 한글학교에 성실히 출석하면서 부모에 대한 깊은 사랑을 증명하고, 자기 뿌리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외동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가 주로 가르치는 12∼13세 연령대의 학생들은 일상생활의 모든 소통을 영어로만 한다. 부모 세대 역시 현지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인 경우가 많아 가정 내에서도 한국어 대화가 단절된 환경에 놓여 있다.
이에 글자를 읽고 쓰는 수준의 기초적인 학습은 가능할지라도, 감정과 생각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소통 능력은 부족한 편이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 김씨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제2언어 교육' 방식을 지양하고, 개인의 역사와 정체성을 복원하는 '계승어(Heritage Language) 교육'을 현장에 도입했다.
김씨는 주입식 교과서 수업 대신, 학생들이 한국 음식을 조리하는 요리 교실, 태극기의 구조를 배우고 그려보는 미술 수업, 본국에서 초청한 역사 전문가의 특강 등 다양한 체험형 학습법을 기획했다.
또 일상생활 속에서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부모님께 한국어로 감사 편지를 쓰는 수업, 주말 동안의 일과를 한국어 문장으로 기록하는 일기 쓰기 등을 시도했다.

[하와이 한인 사회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시도는 곧바로 가정의 변화를 끌어냈다.
주중에 영어로만 대화하던 자녀들이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등 서툰 우리말 인사를 건네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자녀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가정 안에서 일어난 소통의 변화를 전해올 때마다 주말을 반납한 피로를 잊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내년에 박사 학위 취득과 졸업을 앞둔 김씨는 향후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파견 교원으로 자원해 세계 각국의 교육 최전선에 서거나, 한국학과가 개설된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연구하며 한국어 교육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태극기 모양을 인지하고 그려보고, 한국 전통 음식을 맛본 아이도 있다"며 "정체성의 가장 깊은 뿌리를 내리는 생애 처음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생의 영광이자 벅찬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또 "언젠가 하와이를 떠나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첫 시작을 함께 열어준 다정했던 선생님'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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