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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시범사업 분석 결과…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는 관행 대폭 감소
소규모 사업장 취약계층 적시 치료 돕고, 빈곤 추락 막는 든든한 방파제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을 앓거나 다쳤을 때 생계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병수당 제도가 아픈 상태로 억지 출근하는 관행을 깨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실시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성과평가 연구에 따르면, 제도를 이용한 수급자들은 경제적 불안감이 크게 낮아졌고 적시에 충분한 치료를 받아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복귀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사연의 분석 결과, 상병수당은 아파도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이른바 프리젠티즘(presenteeism) 현상을 대폭 감소시켰다.
성향점수매칭(PSM) 분석을 통해 수급자와 비수급자를 비교한 결과, 상병수당 수급자 집단의 프리젠티즘 비율은 43.4%로 비수급자 집단의 66.7%에 비해 23.3%포인트(p)나 낮게 나타났다. 소득 보전 수단이 없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해야만 했던 취약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보장한 셈이다.
◇ 소규모 사업장 취약계층서 적시 치료 효과 더 뚜렷
이런 정책적 효과는 고용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자체 유급병가 제도가 없는 저소득층과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게서 더욱 강력하게 작용했다.
상병수당 지급 이후 제때 치료를 받은 적시 치료 비율은 전체 수급자 평균 10.1%p 증가했다. 특히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17.1%p나 상승하며 가장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심리적 안정감도 구체적인 지표로 확인됐다. 7점 척도를 기준으로 수급자들의 치료비 불안감은 1.257점 줄었으며, 소득 불안감은 1.046점, 실직이나 폐업에 대한 불안감은 1.026점 감소해 모든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불안 완화 효과를 보였다.
질병 발생 이후 일자리를 잃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비율 역시 시범지역이 비교지역에 비해 최소 1.3%p에서 최대 7.7%p까지 일제히 높게 나타나 상병수당이 고용 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 건강 충격이 야기하는 구조적 빈곤의 덫 사전 차단
그동안 한국의 건강보험은 병원비 부담을 경감해주는 현물급여 중심으로만 운영돼 질병 탓에 소득이 끊기는 재정적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한국복지패널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하 근로자가 입원 등 건강 충격을 겪을 경우 연간 근로일수가 약 2주에 달하는 14.4일이나 감소했다.
특히 일용직이나 비정규직 등 하위 계층은 아픈 순간 유급휴가가 없어 소득이 즉시 영(0)이 되는 타격을 입고, 뒤이어 의료비 지출로 자산이 고갈되는 지출형 빈곤을 겪다가 결국 장기 빈곤층으로 굳어지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된다.
질병 발생 2년이 지난 시점의 빈곤화 요인을 매개 효과로 분해했을 때, 의료비 지출 자체보다는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기전이 빈곤화 원인의 9.9%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병수당은 이처럼 아픈 취업자가 빈곤층이나 의료급여 수급자로 추락하는 경로 자체를 차단해 사후적 구제 비용을 아끼는 합리적인 방파제 역할을 수행한다.
◇ 실증성과 바탕으로 2027년 하반기 본사업 전국 확대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실증적 연구 성과를 반영해 현재 시범사업 단계인 상병수당을 오는 2027년 하반기 전국 단위 본사업으로 전환해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본사업은 건강보험에 가입한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연령인구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외국인 취업자도 포함하고 별도의 소득 기준 제한 없이 보편적으로 보장한다.
직장가입자는 최근 보수의 60%를 받는 소득비례 정률제를 적용하되, 하루 최소 4만9천540원의 하한선과 구직급여 상한액을 준용하는 하루 최대 6만8천100원의 상한선을 둔다.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에게는 최저임금의 60%인 하루 4만9천540원을 정액 지급하는 혼합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대기기간 7일을 공제한 후 최대 150일까지 지급하는 기본 틀 아래, 질병 종류와 노동 강도를 고려한 객관적 의료인증체계를 통해 지급 여부와 기간을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과 법령 개정에 나선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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