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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부 권갑용·부모 권효진-웨량 이어 입단한 17세 소녀 악지우
하루 8시간 바둑 연구…"3년 내 프로타이틀 획득·여자 랭킹 10위 목표"

[촬영 김정민]
(순천=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올해 초 한국 바둑계에서 처음으로 '3대째 프로기사' 집안이 탄생했다. 외조부와 부모에 이어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악지우(17) 초단이 그 주인공이다.
악 초단의 외할아버지는 바둑 도장을 운영하며 이세돌·원성진·최철한·박정환 9단 등 정상급 프로기사들을 길러낸 고(故) 권갑용 9단이다. 부모 역시 과거 '한중 바둑 커플'로 주목받았던 권효진 8단과 웨량(岳亮) 6단이다.
바둑 명문가 출신이라는 기대와 부담을 딛고 프로에 입단한 악 초단을 지난 8일 전남 순천 한국바둑고에서 만났다.
"드디어 해냈다는 후련함이 가장 커요. 저까지 입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막상 입단하고 나니 우리 집안이 자랑스럽게 느껴져요."
악 초단은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도장에서 자연스럽게 바둑을 시작했다. 권 9단은 외손녀의 재능을 인정하며 "열심히 해라"고 격려했지만, 바둑판에서만큼은 엄한 스승이었다.
그는 "할아버지가 복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경솔한 실수를 하면 많이 혼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워낙 일류 기사들을 가르친 엄청난 분이다 보니, 저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외할아버지의 존재가 든든한 버팀목이었음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모 역시 그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악 초단은 "부모님이 프로기사니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시합이 있을 때는 바둑 얘기를 많이 하고 서로 같이 연구도 하고 바둑도 같이 둔다"고 설명했다.
순천 한국바둑고에 재학 중인 악 초단은 오후 2시부터 하루 8시간 동안 바둑 수업과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인공지능(AI)실을 찾아 포석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복기할 때 AI를 많이 사용하고, 상대 연구를 할 때도 AI를 이용해 포석 연구를 한다"며 "상대 기보를 찾아 연구한 다음에 그 포석에 관해서 공부하다 보면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프로 입단 이후 평일 대국이 한 달에 세 번꼴로 늘어나면서, 학교 수업을 따라가거나 수행평가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해진 것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털어놓았다.
바둑판 앞을 벗어나면 악 초단도 여느 10대 소녀와 다름없다. 시합이 없을 때는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아이돌 가수에 대한 수다를 떤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국을 묻자 그는 아마추어 시절 치른 전국 여자 바둑대회 결승전을 꼽았다. 악 초단은 "결승 3번기에서 첫 번째 판은 반집으로 지고, 두 번째 판은 이기고, 세 번째 판은 반집으로 졌다"며 "너무 한이 맺혀 잊을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최정 사범을 꼽았고, 언젠가 맞붙어 보고 싶은 상대로는 신진서 사범을 언급했다.
올해 악 초단의 1차 목표는 프로대회 본선 진출이다. 나아가 "3년 안에는 우승을 한번 노려보고 싶고, 여자 랭킹 10위까지는 가고 싶다"는 구체적인 포부를 밝혔다.
악 초단은 실력으로 인정받는 기사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지금은 '3대째 프로기사'로 알려졌지만, 악지우라는 이름을 더 알리고 싶어요. 바둑 공부도 더 열심히 하면서 마음을 조금 독하게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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