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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살해범 장윤기·김창민 영화감독 사망사건 등서 부실수사·사건은폐 등 밝혀져
"새 형사사법체계 안착 경찰수사 전문성에 달려"…경찰 "우려 인지, 추가 보완책 마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종합=연합뉴스) 검찰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경찰 수사 역량이 새 형사사법 체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 적용되지 않았던 혐의가 추가되거나 새로운 증거가 확인된 사례가 이어지면서 경찰의 수사 전문성과 책임성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보완 수사권 폐지를 놓고 법조계 등에서 내놓는 가장 큰 우려 가운데 하나는 현재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이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경찰 조직 내부자 간 유착 등에 따라 특정 사건 실체가 은폐되거나 왜곡될 경우 범죄 무게에 걸맞은 정당한 사법적 판단이 이뤄지기 어렵고 국민 기본권 침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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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찰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며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에 다시금 불을 지핀 것은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이다.
지난 5월 광주 도심 거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하고 남고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장윤기는 현재 무기징역 이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강간 목적 살인죄'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당초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형량 하한선이 징역 5년인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장윤기를 송치했지만, 검찰은 그의 자취방에서 잔혹한 형태로 훼손된 채 발견된 '리얼돌', 범행 당시 피해 여학생을 SUV 차량으로 끌고 가려 했던 정황 등을 토대로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결론 내고 더 중한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보완 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가 리얼돌을 직접 폐기하고, 담당 수사팀으로부터 압수수색·구속 등 수사 상황을 수시로 전달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작년 10월 발생한 '김창민 영화감독 폭행 사망' 사건도 검찰 보완 수사로 경찰 부실 수사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건 발생 당시 김 감독은 경기 구리시 한 식당 앞에서 소음 문제로 다투던 이모(32)·임모(32)씨 등 2명에게 폭행당해 정신을 잃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조사 결과 이씨 등은 김 감독의 발달장애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차별 폭행을 이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초 이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각각 두 차례, 한 차례 신청했으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이 기각하자 상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폭행 당시 이들이 김 감독 사망을 예견했다고 판단해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상해치사죄의 법정형은 징역 3∼30년이지만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으로 더 무겁다.
검찰은 또 김 감독 발달장애 아들 참고인 조사, 피의자 집·휴대전화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등 보완 수사를 거친 끝에 이씨 등에게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씨 등은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결국 구속됐다.
또 2022년 발생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혐의가 살인미수 혐의에서 강간살인 미수로 변경됐고 항소심 법원도 1심 법원보다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이 밖에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경찰이 피의자 진술에 기대어 불송치한 '미성년자 집단 성폭행·불법 촬영' 사건 실체를 규명하고 피의자들을 모두 재판에 넘기거나, 단순 의료법 위반 사건으로 송치된 피의자가 실제로는 성매매 알선으로 6천여만원 상당 범죄수익을 올린 사실 등을 밝혀낸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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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 수사로 새로운 사건 실체가 밝혀지는 것 외에도 당초 피의자로 지목됐던 이들이 억울한 누명을 벗은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장모를 장시간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유기한 이른바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으로, 당초 경찰은 사망 여성 사위 조재복(27)에게 존속살해·시체유기·상해·감금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다.
또 사망 여성 딸이자 조씨 아내인 최모(26)씨도 시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 수사 단계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 사건 검찰 전담수사팀은 조재복과 아내, 장모가 살던 오피스텔에서 확보한 홈캠(가정용 소형 네트워크 카메라) 영상 등을 근거로 조씨가 장모와 아내를 '지배-종속적' 관계에 두고 사실상 감금 및 가혹 행위를 일삼다 장모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과 정신과 전문의 자문 결과, 홈캠 영상 등을 근거로 치열한 법리 검토를 벌인 끝에 검찰은 아내 최씨가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라고 결론 내리고 불기소 처분 뒤 석방했다.
경남 지역에서는 경찰 단계에서 초등생 의붓딸들 성폭행범으로 내몰렸던 40대가 검찰 보완 수사를 통해 진범이 아님이 밝혀진 사례도 나왔다.
이처럼 경찰이 자체적으로 종결하거나 실체를 충분히 밝혀내지 못했던 다수 사건이 검찰 보완 수사 단계를 거치며 새 국면을 맞은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전문가들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새 형사사법 체계 안착은 향후 경찰이 어느 정도의 수사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출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방식과 지역별 수사 인력 편차 해소 등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계명대 법학과 김택수 교수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검찰보다 수사 역량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경찰이 더 큰 책임을 갖게 된다면 내부적으로 제도개선 및 조직개편, 관련 연구 등을 하며 수사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수사권 독립을 앞둔 경찰 역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자체적으로 시행 중이며, 향후 추가 보완 조치에도 나설 방침이다.
현재 경찰은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일정한 경력을 갖추거나 시험을 통과한 일선 수사관들을 책임수사관, 전임수사관 등으로 선발해 인사 등에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또 전국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수사관들의 역량을 고르게 하기 위해 경제범죄, 사이버범죄, 강력범죄 등 분야별 기초·심화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정 분야 수사를 위해 민간 전문가도 특별채용하고 있다.
이 밖에 조직 허리에 해당하는 과·팀장 역량 강화,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목적으로 한 수사심의위원회 운영 등도 시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에 따라 우리 조직에 제기되는 여러 우려는 잘 알고 있다"며 "다만 경찰도 그간 수사 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지금 단계에서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향후 추가 보완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호 정회성 김소연 정경재 김재홍 김솔 최재훈 이밝음 박영서 최은지 김근주 최수호 기자)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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