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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 된 꿈] ③ '백약이 무효' 태움 대책…비극은 '현재진행형'

입력 2026-07-1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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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에 신음하는 간호사들…병원은 인력 증원 외면


도제식 교육에 일상이 된 폭언…수직적 문화에 악습 되풀이




간호사 (CG)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이른바 '태움'(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 없어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광주 한 병원에서 근무했던 20대 퇴직 간호사 강수빈씨의 극단적 선택은 2019년 서울의료원, 2021년 의정부을지대병원 등에서 발생한 사건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반복된 대책에도 불구하고 태움이 근절되지 않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간호사 태움' 사망 업무상 재해로 인정 촉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질병판정위원회 앞에서 서 간호사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8
mjkang@yna.co.kr


◇ 사라지지 않는 태움…비극은 '현재진행형'


강수빈 간호사 사건은 경찰의 내사와 정부의 엄단 지시로 이어졌다. 경찰은 2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섰고, 노동 당국 역시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그러나 유족과 동료들의 진술, 휴대전화 기록 등에서 드러난 태움의 실상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배 간호사의 폭언과 공개적 망신, 과도한 업무 통제, 집단 따돌림 등은 과거 유사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였다.


의정부을지대병원에서는 2021년 신입 간호사가 선배의 태움에 시달리다 병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피해자의 업무 미숙을 이유로 폭언과 모욕, 신체적 폭행까지 가했던 사건으로, 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으로 엄벌했다.


2019년 서울의료원,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태움으로 인한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의료계는 온갖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미봉책에 그치며 악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태움 근절을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시행, 간호사 인권 보호를 위한 상담 지원 확대, 교육전담간호사 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간호사 처우 개선, 인력 확충, 야간수당 증액, 간호관리료 산정 방식 변경 등 소위 '당근책'도 추진 중이다.




태움(CG)

[연합뉴스TV 제공]


◇ 만성적 인력 부족이 근본 원인


하지만 현장의 간호사들은 근본적 원인인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직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일반병동의 일평균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는 낮에는 8.6명, 저녁 10.9명, 밤 13.5명에 달한다. 정부가 2023년 4월 발표한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간호사 1명당 적정 환자 수 5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특히 지방 병원의 간호사 근무 여건은 더욱 심각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서울은 간호사 1인당 0.90병상인 반면 전남은 2.29병상으로, 간호사 한명이 담당하는 병상이 2.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근로조건이 더 나은 곳으로 간호사들이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병원들은 간호 인력 확보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비용 절감을 위해 간호 인력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남은 간호사들에게 과도한 업무가 집중되고, 신입 간호사 교육까지 떠맡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간호사들은 인력 부족에 따른 열악한 근무환경이 태움의 근본 원인이라고 증언한다. 신입 간호사들은 충분한 트레이닝과 적응 기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고, 실수를 하면 질책과 조롱이 반복된다. 이는 잦은 이직과 퇴사로 이어지고, 결국 남은 인력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 수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신입 간호사 교육까지 떠맡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간호사 태움 (CG)

[연합뉴스TV 제공]


◇ 도제식 교육·수직적 문화에 악습 되풀이


간호계 내부 문화도 태움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폭언, 공개적 망신 주기, 과도한 업무 통제, 집단 따돌림 등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너 때문에 환자 다 죽었다', '왜 사냐' 등 인격 모독성 발언이 오가고, 동료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 같은 문화는 신입 간호사뿐 아니라 간호사 근무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고, 결국 간호사들의 현장 이탈로 이어진다. 실제로 인권침해를 경험한 간호사 중 65.3%가 휴직이나 사직을 고려했고, 직종 변경을 고민하는 간호사도 4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간호사 선후배 사이 수직적 관계와 권위적 문화 등도 악습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간호협회는 강수빈 간호사 사건을 계기로 간호사 근무 환경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환자당 간호사 배치기준 법제화 추진, 간호인력지원센터 기능을 대폭 강화, 신규 간호사 보호를 위한 교육전담간호사 제도를 확대·내실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순현 김잔디 박수현 최원정 기자)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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