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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사태' 후 전교조 긴급 설문조사…중학생 가장 심각
"혐오표현 금지 규정 명시해야…가르치고 싶어도 민원 두려워"

(전남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강당에서 배재고등학교 교장이 사과문을 낭독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2026.7.6 [공동취재] daum@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전라도에 가려면 여권 들고 가야 한다고…'홍어'라며 키득댑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폭동'이라고 불러요. 수업 시간에 '탱크 데이 화이팅'이라 외친 아이도 있었어요."
"과학 시간에 중력을 공부할 때 떨어지는 물체를 보면서 '운지'(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표현)라고 하더라고요."
특정 지역이나 집단, 역사적 사건을 조롱하는 '혐오 표현'을 학생들로부터 들어봤다는 교사들이 설문조사에서 직접 소개한 학교 현장의 사례들이다.
과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쓰이던 표현을 이제는 학교 안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실태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최근 1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했다는 교사가 10명 중 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경험은 중학교에서 가장 많았으며, 교사들은 온라인 혐오문화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 노 전 대통령 등 정치인 조롱 최다…교사 절반은 수업 중에도 들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 1천109명을 대상으로 한 '혐오·역사 왜곡 표현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원들이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도중 5·18을 폄훼하는 응원 구호를 외쳐 파문을 일으키자 긴급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한 교사는 전체 응답자의 89.3%에 달했다. 직접 목격이 73.9%, 전해 들은 경우가 15.4%였다.
학교급별로는 중학교 교사의 경험률이 92.7%로 초등학교(87.4%)와 고등학교(86.4%)보다 높았다.
교사가 혐오 표현을 한 학생을 직접 목격한 비율 역시 중학교(81.7%)가 초등학교(68.4%)·고등학교(68.5%)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았다.
혐오 표현의 유형을 보면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 조롱'이 88.9%로 최다였다.
그중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전교조는 밝혔다.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혐오와 차별'(86.8%), '세대·직업·계층 비하'(81.8%), '역사적 사건 왜곡·희화화'(80.5%)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남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2026.7.6 [공동취재] daum@yna.co.kr
학생의 혐오 표현을 들어봤다는 교사들의 77.3%는 '쉬는 시간 등 학생 간 대화'에서 이런 표현을 접했다.
'수업 중 발언'도 52.6%나 됐는데, 중학교는 이 비율이 62.3%로 초등학교(41.0%)·고등학교(49.7%)보다 높게 조사됐다.
빈도 면에서도 중학생의 혐오 표현 사용이 가장 두드러졌다.
예컨대 중학교 교사는 67.1%가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자주' 접했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52.3%)와 고등학교(51.6%)보다 확연히 높은 비율이다.
◇ "배재고 사태, 단순 일탈 아닌 혐오 문화서 기인"
교사들은 이번 배재고 사태를 일부 학생의 비행이 아닌 청소년 사이에 퍼진 '혐오의 놀이화'가 낳은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학생들만의 우발적 일탈로 보기 어렵고,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과 연결해 봐야 한다'(88.4%)는 응답이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개별 사건에 가깝다'(7.5%)는 응답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배재고 사태의 원인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의 확산'(94.0%)을 가장 많이 지목했고 그다음이 '정치권·언론의 혐오와 조롱의 언어'(74.4%),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민원 부담으로 인한 쟁점 교육 위축'(62.0%) 순이었다.
향후 마련돼야 할 대책을 묻는 문항에는 '학교생활규정에 혐오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 명시'(55.8%), '플랫폼의 혐오·극단주의 콘텐츠 추천 책임 강화'(49.9%), '교육부 차원의 혐오표현 대응 매뉴얼 및 표준 지도안 보급'(41.8%), '혐오표현 대응 교사에 대한 법률지원 및 민원 대응 체계 마련'(40.6%) 등이 거론됐다.
교사들은 혐오 표현 관련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려운 이유로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69.9%)과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 우려'(60.1%)를 꼽았다.
학교에 대응 매뉴얼이 있어 숙지하고 있다는 교사는 2.1%뿐이었고 '없다'(54.0%)거나 '잘 모르겠다'(35.5%)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전남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서울 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사과한 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2026.7.6 [공동취재] daum@yna.co.kr
◇ 청소년 80%, 혐오 표현 문제 인식…"학교에서 제대로 배우고 싶어"
전교조는 전국 초6∼고3 1천636명을 대상으로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가운데 배재고 사태에 대해 알고 있다는 학생의 80.6%는 '다른 사람이나 지역, 역사적 아픔을 조롱하는 표현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은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혐오 표현을 보거나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높은 노출률을 보인 콘텐츠는 '외모·성적·가정환경·지역·말투 조롱'(53.5%)과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죽음·비극 조롱'(51.2%)이었다.
플랫폼별로는 유튜브로 해당 콘텐츠를 접했다는 사람이 53.1%였고 이어 인스타그램(51.6%), 틱톡(33.6%),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19.9%)가 그다음으로 많았다.
친구들이 혐오 표현을 사용할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물음에는 '불편하지만 그냥 넘어간다'는 응답이 43.4%로 가장 비중이 컸다.
혐오 표현을 들어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친구들이 예민하다고 할까 봐'(35.9%), '별일 아닌 걸로 보일까 봐'(32.3%)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교육을 언급했다.
'학교에서 혐오표현과 역사왜곡 문제를 제대로 배우는 것(55.3%), '실제 사례를 놓고 왜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 보는 수업'(42.9%) 등이다.
배재고 사태 같은 일의 재발을 막는 방법으로도 '왜 문제가 되는 표현인지 알려주는 교육'(40.8%)을 가장 많이 택했다.
전교조는 "이번 조사 결과는 청소년들이 혐오·조롱·역사왜곡 표현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단순한 진단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많은 학생은 이미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으며, 사회와 학교가 이를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함께 다루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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