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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판결 결과·내용 친절히 설명…일상적 언어에 그림도
'장애 인정해달라" 소송 승소…법원 "후천적 뇌손상 필수 요건 아냐"

[서울행정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재판을 낸 원고 OOO씨가 이겼습니다. 법원은 당신을 지적장애인으로 인정합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된 사건의 판결문에는 통상의 소송 언어와 결이 다른 문구들이 담겼다.
지적장애인인 원고 A씨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쉬운 단어만 쓰였고 곳곳에 그림까지 배치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강우찬 수석부장판사)는 A씨가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지난 25일 원고 승소로 판결하며 이와 같은 '이지리드'(easy-read·읽기 쉬운) 판결문을 제공했다.
대법원에서 올해부터 시행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법지원 예규'에 따라 작성된 첫 이지리드 판결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 앞쪽에 별도 항목을 마련해 "이 글은 법원이 왜 이렇게 판단했는지 알려드립니다. 재판을 신청한 분이 읽으면 좋습니다"라며 판결 요지를 설명했다.
A씨가 소송에서 이겼다는 결과, 피고인 구청 측의 주장, 법원이 구청의 결정이 틀렸다고 판단한 이유, 선고에 따라 구청 결정이 사라진다는 결과 등을 3페이지에 걸쳐 친절하게 풀어썼다.
판결문을 직접 읽을 A씨를 고려해 원고는 '당신'이라고 표기됐고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소송구조 변호사님에게 문의해 주세요"라는 안내도 담겼다.
판결문 형식뿐 아니라 판결 내용에서도 A씨 사정을 최대한 고려하려 한 재판부의 노력이 드러났다.
20대인 A씨는 2023년 11월 양천구청에 지적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구청은 국민연금공단에 장애 정도 심사를 의뢰한 결과 지적장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은 점을 처분 근거로 들었다.
공단은 A씨의 진료기록지 등에 지능지수가 지적장애 판정 기준(70점)보다 낮은 65점으로 기재됐으나, 미성년자 때 미해당 판정을 받은 후 현재까지 뇌 손상 등 추가 인지 저하를 일으킬 만한 소견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와 같이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애인복지법령 어디에도 성년 이후 지능 저하가 나타난 경우라면 반드시 후천적 뇌 손상이나 기질적 뇌 질환이 객관적으로 증명돼야만 지적장애를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구청과 공단 판단의 오류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지적장애의 본질은 현재의 지적 및 적응기능이 항구적으로 제한된 상태인지에 있다"며 "피고가 후천적 뇌 손상 또는 뇌 질환의 존재'를 사실상 필수적 요건처럼 전제한 것은 법령상 판단기준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짚었다.
A씨가 지능지수 70 미만의 검사 결과를 최근 몇 년간 세 차례나 기록하고, 복수의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지적장애로 판정받은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직접 신문했을 때도 A씨는 기본적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독립적 사회생활 능력에 상당한 제약이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장애인복지법,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최근 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문언과 리시아 칼슨 미국 프로비던스 칼리지 철학과 교수의 저서 '지적장애의 얼굴들'을 인용하며 지능지수만으로 지적장애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장애인복지법령이 정한 지적장애는 단순히 지능지수만으론 판단될 수 없고 결국 그 지적 능력 손상으로 인해 일상 및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는지로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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