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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이 삼킨 교실] ② 58%가 "재미로 시작"…숏폼게임이 중독자 양산

입력 2026-06-2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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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간단한 규칙'…10대 겨냥한 사행성 문법이 교실 파고들어


"일방적 교육 영상은 역효과…대포통장 차단·현장 매뉴얼 시급"




청소년 도박 중독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정지수 기자 = 도박에 손을 댄 청소년 절반 이상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한 '재미' 때문에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들이 사이버 도박을 범죄가 아닌 일종의 '모바일 게임'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OTT)·불법 웹툰 사이트와 디스코드·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는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가 깔리는 주요 길목이 됐다.


◇ 돈보다 '재미'…10대 노린 숏폼형 도박의 함정


지난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1만3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 중 58.5%가 도박 시작 동기로 '재미있을 것 같아서'를 꼽았다.


'친구와 같이 놀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32.5%나 됐다.


반면 흔히 도박의 주된 목적으로 여기는 '용돈 마련'은 19.8%에 불과했다.


사이버 도박은 철저히 게임의 탈을 쓰고 10대들을 유혹한다.


규칙이 단순하고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매우 짧다. 짧은 호흡의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10대들이 즉각적인 도파민 분비로 몰입하기 쉬운 구조다.


홀짝·사다리타기·파워볼·슬롯머신 등이 대표적이다. 실태 조사에서도 카지노 게임(35.8%), 미니 게임(29.8%) 등이 청소년 도박 유형 1∼2위를 차지했다.


중학교 때부터 하던 도박을 끊었다는 김모(17)군 역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카라가 게임 방법도 쉽고, 한 판 하는 데 1분도 안 걸려서 하게 됐다"며 "요즘엔 돈을 잃는 친구들이 많은데, 잃은 게 아까우니 도박을 계속한다"고 했다.


실제로 처음 접속해 우연히 돈을 딴 '재미'를 맛본 10대들은 이후 돈을 잃기 시작하면 본전을 찾기 위해 더 큰 판돈을 건다.


하지만 불법 도박 사이트는 확률을 조작한 시스템이기에 종국에 돈을 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청소년들은 빚더미에 앉는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도박 없는 학교' 조호연 원장

[촬영 정지수]


◇ "형식적 예방 교육으론 역부족…입구부터 원천 차단해야"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청소년들이 도박에 접근할 기회를 원천 차단하고, 형식적 예방 교육을 실질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박 없는 학교' 조호연 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박 사이트 차단은 순식간에 우회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청소년을 불법 도박으로 끌어들이는 대포통장 계좌부터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학생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교사와 경찰의 초동 대처 능력도 강조했다.


그는 "10대들은 도박을 범죄라고도 인식을 못 한다"며 "학교나 경찰이 청소년 도박을 적발해도 상담 및 대응 매뉴얼조차 제대로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틀어주는 예방 동영상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5월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서 "현행 교육은 학년별로 방송을 통해 강의를 듣거나 모여서 동영상을 시청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라며 "디지털 접근성 등을 볼 때 형식적 예방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저마다 다른 청소년의 경험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심을 돌리기 위한 청소년 예체능 프로그램 활성화가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김정태 교수는 "게임을 빙자해 가볍게 접근하도록 만들면서 도박으로 빠지게끔 하는 악성·사행성 콘텐츠들이 많다"며 "도박(Gambling)과 게이밍(Gaming)을 철저히 분리해 정부가 철저한 단속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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