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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 학술지 논문 실은 영재고 학생들 "의대 안 가고 연구할 것"

입력 2026-06-23 13: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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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공부 끝 '엔트로피 변화'로 열역학 제1 법칙 최초 증명


지도교사 "대학원생 수준 수업…고교생 논문 게재 극히 드물어"




블랙홀 비밀을 푼 한국 학생들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졸업생 배이진(왼쪽)·장근영 군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과학고 졸업생 배이진·안건우·장근영 군이 재학 당시 집필한 '장방정식에서 도출한 제약 조건 없는 블랙홀 열역학 정식화' 논문이 과학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모던 피직스 D'에 최근 게재됐다. 2026.6.23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사실 주변 몇몇 사람이 의대 얘기를 하긴 했지만, 저는 의대 진학을 고려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반수를 한다든가 해서 의대에 갈 생각도 없고요."


23일 서울과학고에서 만난 졸업생 배이진(18) 군은 영재학교 졸업 후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을 가리키며 "제가 그분들 몫까지 더 충실하게 공부해 좋은 연구자가 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월 졸업한 배 군은 고3이던 지난해 같은 학교 장근영·안건우(19) 군과 함께 쓴 과학 논문을 저명한 SCI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모던 피직스 D'에 싣는 쾌거를 거뒀다.


구대칭이 없는 일반적인 블랙홀이나 고차 중력 이론에서도 추가 제약 조건 없이 열역학 제1 법칙이 도출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논문이다.


2학년 1학기 때 연구를 시작해 1년을 공들인 이들은 '입시 철'인 3학년 때 본격적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였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교신저자인 권용준 물리 교사를 만나 논문을 고치고 또 고쳤다.


장 군은 "3학년 때 논문을 작성하고 연구를 지속하는 데 부담을 느낀 건 사실"이라면서도 "1년 반 넘게 같이 연구한 결실이 이뤄질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 집중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서울과학고 학생들, 국제 학술지에 논문 게재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김태일 서울과학고 교장(왼쪽부터), 교신저자인 물리 교사 권용준 씨, 졸업생 배이진·장근영 군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과학고 졸업생 배이진·안건우·장근영 군이 재학 당시 집필한 '장방정식에서 도출한 제약 조건 없는 블랙홀 열역학 정식화' 논문이 과학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모던 피직스 D'에 최근 게재됐다. 2026.6.23 jieunlee@yna.co.kr


이들은 대학 입학 후 논문이 게재됐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배 군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 장 군은 같은 학교 물리천문학부에 각각 진학한 상태였다.


순수 과학에 재능을 보이는 과학고·영재학교 학생들마저 의대에 몰려가는 요즘, 두 학생은 왜 다른 선택을 했을까.


두 사람은 "연구와 과학이 재밌기 때문"이라고 한입으로 답했다.


지난해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은상을 받았던 장 군은 "대회 경험을 계기로 물리를 좀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과학과 공학을 함께 공부하려고 한다"면서 "의대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딱히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리를 공부할 땐 수학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기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연구를 시작한 것도 자발적인 의지였다.


서울과학고는 2학년 때 연구 과목인 'R&E(Research & Education)'를 이수해야 하는데, 세 학생은 학교에 '일반상대론' 수업 개설을 요청해 중력에 관해 공부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도움은 일절 받지 않고 권 교사와 학생들끼리 머리를 맞댔다.




인터뷰하는 저명 학술지 논문 실은 서울과학고 출신 학생들과 교사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교신저자인 물리 교사 권용준 씨(왼쪽부터), 졸업생 배이진·장근영 군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과학고 졸업생 배이진·안건우·장근영 군이 재학 당시 집필한 '장방정식에서 도출한 제약 조건 없는 블랙홀 열역학 정식화' 논문이 과학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모던 피직스 D'에 최근 게재됐다. 2026.6.23 jieunlee@yna.co.kr


그동안 세계 물리학계에선 블랙홀이 열역학 제1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중력장 방정식으로 풀기 위해 시도해왔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블랙홀의 부피를 고려한 외부 사건지평선의 변화만 고려해, 내부와 외부에 두 지평선이 공존하는 '회전하거나 전하를 띠는 복잡한 블랙홀'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네 사람은 부피 대신 '엔트로피 변화'를 장방정식에 도입하며 이 난제를 해결했다.


권 교사는 "대학원생, 그중에서도 일반상대성이론 중력 분야를 전공하려는 소수만이 듣는 수준의 수업이었다. 고등학생들이 쓴 연구 논문이 SCI급 학술지에 실리는 것도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웃었다.


이어 "저희 연구 주제는 중력보다 미시적이고 양자적인 내용이 있어 중력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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