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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비 1조4천억 줄였지만, 병상 참여율 34% 그쳐…"적정수가 보상체계 마련 필요"

[국립암센터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 사회에서 간병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 문제를 넘어 누가 환자를 돌볼 것인가를 둘러싼 사회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입원 환자를 둔 가족에게 간병은 경제적·육체적·정신적 부담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고통에 가깝다. 하루 10만∼15만원에 달하는 간병비는 장기 입원 시 순식간에 수백만원으로 불어나고, 가족이 직접 병실을 지키는 이른바 '보호자 간병' 역시 일상과 생계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15년부터 본격 시행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국내 입원 문화의 변화를 이끈 대표적 제도로 평가받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개인 간병인을 병실에 상주시키는 대신 병원에 배치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팀을 이뤄 환자의 간호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면서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제도 도입 이후 성과는 적지 않았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병원간호사회가 최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공동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 따르면 지난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 환자는 177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만 38.9%에 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간병비 부담 감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통합병동 입원 환자의 간병비 절감액은 1인당 평균 79만7천685원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는 연간 1조4천653억원의 사적 간병비 절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가족이 병실에 상주하거나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비율도 감소했다. 사적 간병률은 2015년 73.1%에서 2023년 59.9%로 낮아졌다. 환자 만족도 역시 93.7%에 달했다.
하지만 제도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서비스 공급 자체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올해 6월 기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 병상은 전국 8만6천443개로 전체 병상의 34.4% 수준에 머물렀다. 전체 병동을 통합서비스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118곳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로 간병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신규 참여 병상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병비 단가 상승으로 환자와 가족의 부담은 여전히 커지고 있는데, 정작 제도 확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특히 중증 환자와 치매·섬망 환자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분석 결과를 보면 의학적 중증도가 높다고 해서 통합병동 이용에서 배제되는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증 환자일수록 통합병동 입원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하지만 치매·섬망 환자와 중증 장애인은 상황이 달랐다. 이들 환자는 일반 환자보다 통합병동 입원 가능성이 각각 약 21%, 37% 낮았다. 간호 인력의 관리 부담과 돌봄 난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인력 문제와 직결된다.
간호계는 현재의 수가 체계로는 숙련된 간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일반 병동보다 더 많은 간호 인력과 집중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천세종병원의 경우 중증환자 전담 병실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간호사 1인당 환자 4명, 간호조무사 1인당 환자 8명 수준의 밀착 간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온 환자나 심혈관·호흡기·신경계 중증 환자들을 집중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 병원 역시 숙련 간호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가장 큰 한계로 지목했다.
간호 인력의 업무 강도와 감정 노동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보호자 없이 환자를 돌보는 구조이다 보니 낙상이나 돌발 상황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도 적지 않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김정숙 부천세종병원 간호부원장은 "중증환자 전담병실 운영으로 중증환자 치료 역량과 안전성은 향상됐으나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의 어려움은 풀어야 할 숙제"하며 "간호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일부 병동 중심의 선택적 제도가 아니라, 병원 입원의 기본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 중증도와 간호 필요도를 반영한 인력 배치 기준 개선, 간호인력 비용을 반영한 입원료 수가 현실화, 지방·중소병원 지원 강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치매·섬망·장애 환자처럼 돌봄 부담이 큰 환자군에 대해서는 별도의 전담 케어팀과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이제 간병 문제는 개인의 효심이나 가족의 희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이미 넘어섰다. 고령화 사회에서 병원 입원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 됐고, 간병 역시 특정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공적 과제가 됐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지난 10년 동안 '간병지옥'의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 남은 과제는 더 분명해졌다. 더 많은 병원, 더 많은 병상, 그리고 더 안전한 돌봄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환자의 회복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지켜내는 의료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의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보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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