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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사건 심의' 지역교권보호위, 하루 평균 11.6건 열려
교사 상대 상해·폭행·성폭력 증가세…교사 절반 "학부모의 교권 침해 경험"
아이 추운데 환기했다고 아동학대 신고도…"학폭처럼 교권침해도 학생부 기록해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이 큰 인기를 끌며 교육 현장의 현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가상의 교육부 산하 기구인 교권보호국의 감독관들이 폭력과 응징을 통해 무너진 교육 현장을 바로잡는다는 내용이다.
극 중 묘사된 학교 폭력이나 교권 침해 상황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극적 재미를 위해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라는 평가와 함께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하다" 등의 의견도 나온다.
현직 교사 및 교권 단체의 평가는 어떨까. 과장된 면이 있지만 큰 틀에선 현실을 반영했다는 시각이 많다.
드라마의 흥행을 계기로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실태는 어떤지 들여다봤다.

[교육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교권 침해 논의하는 공식 절차만 하루 11.6건꼴…폭행·성폭력 증가세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해당 연도에 총 4천234건의 지역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열렸다. 이 가운데 93%(3천925건)가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됐다.
교보위는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생 및 보호자, 피해 교원의 보호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다. 단순 계산하면 교권 침해로 공식 절차에 회부되는 건이 하루에 11건 이상 발생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2020년부터 매년 교보위 개최 건수와 교육활동 침해 현황, 조치 결과 등을 조사해 발표한다.
교보위 개최 건수는 2020년 1천197건, 2021년 2천269건, 2022년 3천35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4년 교보위 개최 건수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2023년의 5천50건에 비해선 다소 줄었지만 사건 이전과 비교하면 많게는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국회도서관 '데이터로 보는 교육활동 침해와 교원보호' 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2024년 개최 건수가 전년보다 줄었다고 하나 침해 행위의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는 실정이다.
국회도서관이 교육부 통계를 분석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데이터로 보는 교육활동 침해와 교원보호' 자료에 따르면 교원에 대한 상해·폭행 및 성폭력 범죄로 분류되는 침해 행위는 2020년 144건에서 2024년 675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했고 2025년 1학기에는 389건이 발생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전체로는 2024년보다 100건가량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부는 2024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에서 "최근에는 교원에 대한 학생의 불법 촬영 ·허위 영상물(딥페이크)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보위 개최 건수는 교권 침해 현실이 최소한만 반영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제자나 제자의 부모를 신고하는 것에 대한 정서적 부담이 커서 교사들이 교보위 개최를 쉽게 하지 않는다. 참다못해 여는 것"이라며 "실제 침해 건수는 이보다 훨씬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올해 4~5월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7천18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9.6%(3천559명)가 최근 1년 새 학생에게, 47.7%(3천424명)는 보호자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장의 교권 침해는 더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도서관 '데이터로 보는 교육활동 침해와 교원보호' 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현실판 우진이 엄마?…"학생보다 학부모가 더 무서워"
드라마 '참교육'에는 자녀의 자존감을 이유로 "받아쓰기 틀린 문제에 빗금 치지 말라" 등과 같은 악성 민원을 제기하면서 공분을 산 캐릭터 '우진 엄마'가 등장한다.
실제 교권 침해 주체는 '우진 엄마'같은 학부모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일선 교사들은 오히려 스트레스는 학생보다 학부모로 인한 교권 침해 발생 시 더 크게 느낀다고 말하기도 한다.
교육부의 2024년 실태조사를 보면 교보위 4천234건 가운데 보호자 등의 침해 행위로 인한 개최 건이 461건으로 10%를 웃돈다.
보호자의 침해 행위 중에는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경우'가 111건(24.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모욕·명예훼손'(13.0%), '공무 및 업무방행'(9.3%) 등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부모의 경우 자녀에 대한 교원의 언행이나 태도를 문제 삼아 아동학대 신고를 하거나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전화·면담을 통해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폭언 또는 협박하는 경우가 주요 사례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보호자의 교권 침해 건수는 2020년 116건, 2021년 171건, 2022년 202건, 2023년 353건, 2024년 461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교사들은 학생보다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더 큰 고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발표한 '2025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상담을 한 교사들이 지목한 교권침해 주체 1위는 학부모다. 학부모는 2022년 이래 4년째 교권침해 주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처리된 교권침해 관련 피해 상담은 총 438건으로, 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199건(45.4%)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는 학생 61건(13.9%)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장승혁 교총 대변인은 "교육부 등을 통해 일차적으로 도움을 받은 뒤에도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운 교사들이 교총에 도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는 그래도 (사실이) 선명하지만 학부모에 의한 침해는 사실 입증이 어렵다보니 교총에 학부모로 상담을 요청하는 비율이 교육부의 학부모 침해 통계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25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보다 더한 경우도…교실 환기해 추웠다며 아동 학대 신고
교육 현장에서의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참교육' 설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한 경우도 많다고 일선 교사들은 이야기한다.
지난해 8월 경남의 한 중학교에선 3학년 학생이 1학년 교실에 들어갔다가 생활지도를 하는 1학년 반 담임 교사를 밀쳐 넘어뜨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해당 교사는 허리뼈를 다쳐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4월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수업시간 중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는 것을 지적한 교사의 얼굴을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가격한 일이 있었다.
이런 직접적인 폭행이나 상해에 더해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학부모의 아동 학대 신고가 잇따르는 것도 교사들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교총에 따르면 2024년 한 학교에선 수학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 및 학부모와 상담을 한 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취지로 개별 지도를 하고자 교탁에 서서 교사와 함께 문제를 풀도록 했다.
이를 두고 이후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문제를 풀게 함으로써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교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연 것을 두고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추위를 느꼈다며 아동 학대로 신고해 교사가 상담한 사례가 있다고 교총은 전했다.
아동이 등교하지 않은 기간동안의 학습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담임 교사를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신적 학대를 했다는 주장이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아동 학대를 내세워 맞대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 현직 고등학교 교사는 전했다.
'데이터로 보는 교육활동 침해와 교원보호'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2년간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돼 교육감이 의견을 제출한 건수는 1천439건에 이른다.
20년 이상 경력의 이 교사는 "오죽하면 폭력으로 응징하는 '참교육'을 보면서 해방감을 느꼈다는 교사가 있을 만큼 현실은 암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참교육' 1~4화는 재미있게 봤지만 5화부터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오는 것 같아 더 못봤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학교 현장 "아동학대법 '모호한 정서적 학대 조항' 개정 필요성"
학교 현장에서는 특히 아동 학대 신고의 경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중에서도 '정서적 학대' 조항을 구체화해 무분별한 신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교육계는 요구한다.
장 대변인은 "열정을 갖고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려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거나 학부모 마음에 안든다고 아동 학대로 걸면 다시는 그런 열정을 갖기 어려워진다"면서 "심지어 학생 간 폭행이 벌어져 교사가 제재했는데 이를 두고 아동 학대라며 신고된 경우도 있다. 이러면 다음에 그런 일이 또 벌어질 때 누가 개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아동학대 신고는 대부분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지만 이같은 결과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교사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
아동 학대로 신고되면 교육청과 경찰,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1년여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경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아동 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들 대부분이 정신과를 다닌다. 자살한 교사가 모두 이런 문제 때문은 아니지만 아동학대죄로 걸려서 고초를 겪는 사람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사노조가 지난 4~5월 교원 7천1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80.8%가 아동 학대 신고로 인한 피소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년간 사직을 고민한 교사는 55.5%로 나타났다. 사직을 고민하는 이유 1위는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62.8%)으로, '경제적 처우 불만족'(42.1%)을 앞질렀다.
이를 두고 교사노조는 공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교권 침해로 교사들이 점차 무기력해지는 사이 유치원부터 교권 경시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그 폐해가 초·중·고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은 물론 수위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교총의 장 대변인은 "아동학대 신고로 아이들 간 싸움을 말리지조차 못하게 되면 나중에는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교조의 현 대변인은 "아동학대처벌법이 바뀌지 않는 한 교권 침해의 뿌리를 제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교권 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폭력처럼 교권 침해 사실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악성 민원 맞고소제 의무화, 교권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총의 입장이다.
장 대변인은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에 한해서라도 기록이 남는다면 교권 침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대변인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교사가 혼자 알아서 대응해야 한다. 교사는 개인사업자가 아닌, 공교육 체계 안에서 국가 업무를 하는 사람인데 이들을 지원할 법적인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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