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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반격?…"헌재 재판지연 사건, 기본권 침해여부 심사"(종합)

입력 2026-06-17 17: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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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사건 4년째 계류중·재판도 중단…헌재에 사상 첫 의견요청서 발송


법원 "헌재도 헌법 구속 받아야" 설명자료 배포…양기관 갈등 재점화




법원 로고

[촬영 이율립]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이승연 이미령 기자 =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지연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법원이 헌재의 심리 지연을 공개적으로 문제삼은 첫 사례다.


법원은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로 헌재를 겨냥했다.


헌재가 올해 초 재판소원을 도입하며 내세운 "법원의 재판도 헌법적 통제 대상" 주장을 맞받아치며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헌재에 해당 판결을 취소해 달라고 청구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전보성 형사수석부장)는 17일 설명자료를 내고 "헌법 제107조 제2항에 근거해 헌재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일을 하지 않은 것) 처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의 심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헌재에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발송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헌재의 재판 지연이 '부작위 처분'으로서 사법부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문제가 된 사건은 통일TV 대표 진천규씨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사건이다.


진씨는 2018년 8월 인천공항을 통해 북한 서적과 영상자료, 노동신문 등을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반입한 혐의로 2020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진씨는 1심에서 '물품을 반출·반입하려면 품목 등에 대해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정한 남북교류협력법 13조 1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22년 6월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2심을 맡은 중앙지법 형사50부는 진씨 측 주장에 따라 헌법소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중단하기로 했다. 헌법소원 결과가 이 재판 결론의 전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는 그해 7월 사건을 본격 심판에 회부한 뒤 4년 가까이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재판부는 이같은 헌재 심리 지연 상황을 짚으며 "피고인은 장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헌재에 심사 진행 경과와 지연 사유 등에 관한 의견을 요청한 것이다.


재판부는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라며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피고인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헌법소원 절차에선 법률상·사실상 쟁점을 검토하거나 의문이 있는 경우 당사자에게 의견 제출을 촉구하는 등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는 "이번 조치는 법원이 헌재의 재판 관행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 헌재의 부작위 처분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최초의 의견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헌재에 보낸 의견요청서에는 ▲ 심사 진행 단계 및 지연 사유 ▲ 주심 재판관과 보고연구관 사이의 보고·의견서 등 심리 경과 ▲ 관계기관 의견 조회 여부 등의 질의 사항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헌재에 의견요청서를 받은 후 한 달 이내에 답변을 담은 의견서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헌재는 헌법소원 결과와 무관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심리 지연으로 재판을 못 한다는 법원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헌바(위헌심사형 헌법소원) 사건은 (청구되더라도) 법률상 재판이 지연되지 않고 그냥 재판하면 된다"며 "1심이기는 하지만 심지어 법원에서 위헌제청 신청을 기각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를 시행하며 양 기관이 신경전을 벌였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갈등이 또 재점화했다.


다만 형사 사건을 심리 중인 법원이 피고인에 대한 판결 선고를 넘어 사실상 다른 기관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조치를 강제할 수는 없어서 법원이 내놓을 수 있는 '기본권 침해 심사' 결론은 제한적일 수 있단 예측도 나온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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