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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신상 하나 못따겠나" 보복대행업체, 의뢰 입금 망설이자 협박

입력 2026-06-14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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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사기피해 6천만원 회수' 문의에 "선수금 300만원" 요구


"보류해야겠다" 입장 바꾸자 공갈…"당신 명의 대포폰 개통해 대출할까"

경찰, 보복대행 조직 몸통 수사 속도…"의뢰자·흥신소 운영자 검거 주력"




사적 보복 대행 업체가 보복을 저지른 현장

[텔레그램 캡처. 재판매 및 DA 금지]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김채린 기자 = 1천만원 상당의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20대 이모씨는 경찰 수사에 진척이 없자 인터넷에 '복수'를 검색했다.


복수를 대행해준다는 업체와 텔레그램으로 상담을 이어가던 중 수상함을 느낀 이씨는 계약을 보류하겠다고 했다가 되레 협박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1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4월 보복을 대행해준다는 A업체에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A업체는 자체 조사 결과 이씨가 중고거래를 위해 돈을 입금했던 계좌는 '대포 통장'이고 잔액은 80원이라면서, '대포 통장 명의자를 찾아내 돈을 받아내 주겠다'고 제안했다.


A업체는 이씨가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을 더해 '6천만원을 회수해달라'고 요구하자 "대포 통장을 파는 XX들은 돈이 없다"며 "최대 5천만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포폰을 만들게 하고 일수를 돌려서 돈을 가져오게 해서 그 정도"라며 "계좌를 이미 다 팔아서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내가 아는 곳에서 대출받게 하면 된다. 그러면 1인당 2천500만원까진 나온다"고 구체적인 방법도 설명했다.


사적으로 대포 통장 명의자를 수색해 대출을 강요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밝힌 셈이다.


그러면서 A업체는 '선수금 300만원, 돈을 회수한 뒤 잔금 1천500만원'이란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이씨가 선수금을 입금하겠다고 하자, A업체는 "다크웹에서 결제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한 디지털 자산거래 플랫폼을 소개했다. 해당 플랫폼에 가입해 생성된 계좌에 입금을 마친 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사적 보복 대행 업체 운영자와 의뢰인이 나눈 대화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A 금지]


하지만 수상함을 느낀 이씨가 입금하지 않고 "계획을 보류해야겠다"고 말하자 A업체는 돌변했다.


업체 측은 "분명 진행한다고 해서 애들 출동시킨다고 했는데 개소리한다. 다음 타깃이 의뢰인이 될 거라고 얘기했을 텐데"라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씨가 "진행은 하는데 계획을 변경하고 싶다. 확실하게 돈을 받을 수 있는 건 맞느냐. 불안해서 그렇다"고 하자 A업체는 "이 사람 완전히 제정신 아니네. 내가 그쪽 신상 하나 못 딸 거 같아요? 지금 당장이라도 네 신분증 찾아서 네 명의로 대포폰 몇 개 개통해서 대출 쭉 받아줘?"라고 더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이씨는 경남 진주경찰서에 A업체를 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는 연합뉴스에 "저 사람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다"며 "많은 사람이 이곳의 실체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기자가 직접 이 업체의 텔레그램 채널에 입장해보니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원한을 사적 제재로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며 "저희는 의뢰인의 원한을 철저하게 해결해드린다"는 소개 글이 게시돼 있었다.


보복을 위해선 보복 대상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과 원한 내용 등이 필요하며, 물리적 공격은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요 보복 내용으로는 금융 활동 차단, 직장 및 지인에게 이미지 타격, 사고를 위장한 신체 손상(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기), 범죄 혐의 씌우기 등이다.




사적 보복 대행 업체 홍보 게시물

[텔레그램 캡처. 재판매 및 DA 금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사적 보복 대행은 중대범죄"라고 경고한 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이런 대행업체는 여전히 활개를 치는 모양새다.


또 다른 대행업체는 대놓고 "신고율 15% 미만, 검거율은 더 낮다"는 광고 게시물과 '보복 가격표'를 게시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주소지로 찾아가 테러'는 150만원, '전단지 뿌리기'는 100만원, '민망한 물건 배달'은 10만원, '통장 정지'는 35만원, 'SNS 댓글 폭로'는 20만원의 금액을 요구했다.


경찰은 앞서 이같은 보복 대행 범죄를 실행했다가 고소당한 이들을 대거 검거했다.


다만 이들을 고용해 보복을 조직하는 일당의 '몸통'에 해당하는 이들과, 보복 대상의 개인정보를 탈취한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해선 여전히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몸통 수사는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배후에서 실제로 돈을 쥐고 의뢰한 사람들, 흥신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파악한 바로는, 보복이 가해지는 대상자 대부분이 범죄 혐의가 있는 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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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4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