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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공무원에 투표소 실무 떠넘긴 '위탁 선거' 민낯 노출
'공무원 동원 한계' 연구용역 발주하고 방치…참사 자초 지적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김채린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4년 전 지방직 공무원과 경찰 인력을 동원하는 '하청 선거' 체제에 한계가 왔다는 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이를 사실상 묵살하며 이번 투표지 부족 사태와 같은 전대미문의 참사를 낳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투표소 봉쇄 사태'가 벌어졌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본투표 당일 선관위 직원이 나타난 것은 오후 8시를 넘은 시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투표소는 오후 4시 30분께 투표지가 바닥나 투표가 멈추고 유권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를 3시간 반 동안 맨몸으로 받아낸 것은 투표소를 관리하던 송파구청 공무원들이었다. 간단한 교육만 받은 '선거 비전문가'들이 상황에 대응하다 사상 유례가 없는 '오후 10시까지 투표 연장'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송파구선관위 직원이 20명이 채 안 되고 개표 관리에 바빴다고는 한다"며 "하지만 책임질 수 있는 분이 현장에서 정리해야 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니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지수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잠실7동 투표소 관계자가 건강 악화로 4일 이송됐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투표소를 '봉쇄'한 지 약 22시간 만이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5분께 119구급대원들은 송파구 우성아파트 내에 있는 잠실7동 제2투표소로 진입해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선거 사무원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이날 A씨가 구급차로 이송되는 모습. 2026.6.4 pual07@yna.co.kr
투표시간 연장 후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투표소를 봉쇄하며 투표함 반출이 35시간 동안 가로막혔다.
선관위는 "투표함이 반출되지 않으면 투표관리관도 이탈해선 안 된다"고 자리를 지킬 것을 요구했다. 투표관리관은 투표소마다 1명씩 있는 현장 책임자로 지자체 공무원이 주로 맡는다.
성난 시민을 눈앞에 두고 투표관리관을 맡은 동료를 홀로 남길 수 없어 당시 투표소에 있던 구청 직원 5명이 자진해 갇혔다.
결국 봉쇄 22시간 만에 1명이 탈진해 병원에 실려 갔다. 구청은 이 직원들에게 심리 상담 지원을 검토 중이다.
이번 사태의 뒷수습을 떠맡은 경찰 내부에서도 "우리가 선관위 하청업체냐"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당시 시위대와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투표함 이송로를 뚫어낸 경찰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수십 건의 불만 글을 쏟아내고 있다.
독립 기관인 선관위의 헛발질에 왜 경찰이 총알받이가 돼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당시 경찰은 선거사무 종사자를 감금하거나 선거 장비를 훼손할 경우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제244조에 근거해 시위대 강제해산에 나섰다.
현장에 투입됐던 한 경찰은 "선거업무는 (선관위가 아닌) 지방직 공무원들이 다 하고, 현장에서 욕은 경찰이 다 먹는다"고 자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박 3일 봉쇄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대한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5일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2026.6.5 cityboy@yna.co.kr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하청 선거'의 붕괴 조짐을 선관위 스스로 알고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한국정당학회는 2022년 11월 중앙선관위 선거 1과의 발주를 받아 작성한 '안정적 선거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자체에 억지로 실무를 떠맡기는 현행 '공무원 동원 모델'은 수명이 다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구청 공무원들을 투표관리관 등에 '강제 할당'하는 구조 탓에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이들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기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선거민주주의를 지탱할 하부 구조가 부실해지고 있다"며 "높은 선거 품질과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부실한 선거 사무의 토대로 지속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날렸다.
마치 예견이나 한 듯 보고서가 우려한 상황은 4년 후 현실이 됐다.
지자체 하청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 인력 확보와 근본적 제도 개선에 나서라는 보고서의 제언을 가볍게 여기며 신뢰 추락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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