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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약해졌다" vs "구시대 악습"…병영 비극 속 엇갈린 시각

입력 2026-06-02 18: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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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과거 잣대로 평가하면 안 돼…사회적 흐름 반영해야"


개인 체력 고려한 훈련 필수…제도 개선 넘어 '의식 전환' 과제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강태현 기자 = 강원 철원군 육군 15사단에서 간부의 강압적인 팔굽혀펴기로 인해 병사가 근육이 녹는 상해를 입은 사건을 두고 '병사들의 기초체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피해 병사의 중단 요구를 무시한 간부의 강제적인 팔굽혀펴기 방식과 당시 피해 병사의 상태에 대한 고려 여부가 핵심 쟁점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이와는 다소 동떨어진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반영해 병영문화를 바라보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군 당국이 '의식 수준' 변화를 위한 교육을 지속하는 실천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횡문근융해증 치료를 받는 병사 모습

[피해 병사 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병사 전투력 고작 이 정도?"…"언제까지 악과 깡만 찾나"


사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100개가 가혹행위에 해당하느냐"며 병사들의 체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과 "체력이 다른 병사들을 같은 잣대로 바라보며 억지로 시키는 건 구시대적인 병영문화"라는 의견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병사들의 기초체력 부족을 문제 삼는 이들은 과거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요즘 군대가 너무 약해진 것 아니냐"는 문제 인식과 연결해 요즘 군대의 체력 수준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구시대적인 병영문화의 잔재로 바라보는 이들은 "무리한 강요는 전투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병사를 다치게 한다"며 팔굽혀펴기를 강요한 행위 자체에 주목한다.


단순히 '강제 팔굽혀펴기'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장병이 가져야 할 체력 수준과 장병 인권, 그리고 변화한 병영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충돌하는 단면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건이 벌어진 원인과 배경에 집중해야지, 요즘 병사들의 체력 수준을 과거 세대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군필자들은 요즘 군대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하지만, 10년 전, 20년 전 기준을 잣대로 바라보게 된다"며 "병사들의 체력과 의식이 과거와 다른 만큼 병영문화 역시 사회적 흐름과 의식 수준 변화를 반영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대표는 "병사마다 체질도, 신체조건도 다른데 '군인이라면 이 정도 체력은 되어야 해'라는 구시대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니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체력단련이라는 미명 아래 본인이 겪었을 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체력 단련하는 장병들

[연합뉴스 자료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 특급전사도 쉽지 않은 100회…"개인 체력 고려한 훈련 필수"


이처럼 군이 요구하는 체력 수준에 대한 논쟁과 별개로 횡문근융해증이 단순히 운동 횟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므로 무엇보다 병사의 체력 수준에 맞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스포츠의학 전문의는 "성인 남성이 팔굽혀펴기 100회도 못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팔굽혀펴기를 몇 개밖에 하지 못하는 20∼30대도 많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100개를 10세트로 나누어서 했다면 모르겠으나 한 번에 100개는 운동을 꾸준히 하던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며 "사람마다 신체 조건이 다르므로 20대 남성도 횡문근융해증에 충분히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군 체력 검정 기준표에 따르면 25세 이하 남성의 합격 기준은 2분간 72개를 넘으면 특급, 64∼71개 1급, 56∼63개 2급, 48∼55개 3급으로 나뉜다.


스포츠의학 전문의는 "간부가 위에서 강하게 내리눌렀다면 등 위에 무거운 짐을 올려두고 팔굽혀펴기를 한 것과 같아 근육 손상에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사건·사고와 군 인권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법무법인 백상 강석민 변호사 역시 "아무리 기본권이 제한되고, 신체 자유에 대해 제한이 된다고 해도 심각한 질병까지 초래할 정도의 훈련까지 용인한다고 볼 수 없다"며 "체력 수준에 맞는 훈련 진행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2024년 5월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일명 얼차려)으로 숨졌던 훈련병에게서도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났던 사례를 언급하며 "매우 중한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체력단련 얼차려' 받는 훈련병

[연합뉴스 자료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 "실천 없다면 좋은 제도 있어도 무용지물"…'의식 전환' 숙제


다만 아무리 촘촘한 제도와 규정을 마련하더라도 이를 현장에서 실천하려는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사 사건이 재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기일 교수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여전히 군 의식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군 장병 관리와 인권 보호, 제복 입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 함양 등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과 의지, 실천이 중요함에도 이를 위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군에서 노력을 안 한다고 말할 수는 없고, 개인의 비위에 의한 사건·사고까지 군이 다 책임질 수는 없다"면서도 "개인의 일탈과 불법 행위 등을 예방할 수 있는 통제시스템을 한층 고도화시켜나가기 위해 군이 고민하고, 의식 전환을 위한 정신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부할 수 있지만 부대 관리는 관심과 노력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며 "사고 있을 때만 강조할 게 아니라 평상시에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기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최근 경기도 포천 육군 73사단에서 발생한 20대 예비군 사망 사고와 함께 15사단 강제 팔굽혀펴기 사건에 관해 "비합리적인 얼차려 같은 구시대적 병영악습이 나타나는 거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 인권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있어 군대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라며 "더구나 국가 공동체를 위해 소중한 청춘을 헌신하는 젊은 장병들의 권리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책임지고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군은 장병의 인권을 소홀히 여겨도 된다는, 그런 시대착오적 인식이 아직도 군 내에 잔존하는 것 아닌지 현장을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 xyz@yna.co.kr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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