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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장재식 전장관 영면…장하준 "경제학자의 길로 이끌어준 아버지"

입력 2026-06-01 22: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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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보좌관 등 빈소 가득 채운 인연들




장재식 전 산업부 장관 영정

[촬영 윤민혁]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나랑 같이했던 사람 중에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고(故) 장재식 전 산업부 장관을 10여년간 곁에서 모셨다는 박상이(61) 보좌관은 1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장례식장 빈소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불거지기 전부터 환란을 경고했고, 김대중 정부 비상경제대책위원으로 참여한 3선 의원 출신의 고인은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생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고인의 삶을 대변하듯 수많은 조기와 근조화환들이 빈소 밖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장 전 장관은 그 시대에 흔치 않은 '가정적이고 따뜻한 아버지'였다.


고인의 장남인 장하준 런던대 교수를 경제학자의 길로 이끈 건 아버지 장재식 전 장관의 한 마디였다.


장 교수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생들이 경제학이라는 걸 들어본 학생도 많지 않았다"면서 "아버지께서 경제학이라는, 당신이 생각하기에 재밌는 학문이 있다는 걸 아시고 저한테 그런 학문이 있다고 얘기만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마침 제 적성에 맞아서 이렇게 경제학자가 됐다"며 웃었다.


장 교수에게 아버지는 꿈을 꾸게 해준 이정표일 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친구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아버지가 엄격하던 그 시대에 저희 형제들 데리고 놀러도 많이 다니시고 놀아주시기도 했다"며 "저희 형제들은 참 복을 많이 받은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인의 차남은 과학철학자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이고,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원 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등이 조카들이다.




고인의 빈소 내부

[촬영 윤민혁]


고인의 딸인 장연희씨는 부모 교육을 하는 프리랜서 강사다.


그는 "지금 제가 부모들한테 자녀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것들을 1960∼70년대 그 시절 그대로 해주셨던 아버지"라며 웃었다.


고인은 매주 두세 번은 "자, 대화의 광장이다"라며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를 하며 장씨 가족은 똘똘 뭉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장연희씨는 "오늘 입관 때 아버지께 이렇게 길러주셔서 감사하다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국에 거주 중인 고인의 손녀 장유나(31)씨 또한 "거의 매일 전화하셔서 아침은 뭐 먹었는지, 건강한지 물으셨다"며 "할아버지는 마주 앉은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으신 분"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이러한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4·15·16대 3선 의원을 지낸 고인이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마지막 해는 지난 2004년.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인을 잊지 않은 이들은 장례 내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박상이 보좌관은 고인을 '또 한 분의 아버지'라고 표현하며 추억을 곱씹었다.


고인은 국회의원 시절 매년 5월 저택 정원의 철쭉이 피면 일가친척과 보좌관들을 초대해 잔치를 열었다.


보좌진의 가족들까지 한자리에 모인 연례행사는 당시 어린아이였던 박씨의 딸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박씨는 "장관님 돌아가셨다고 하니까 딸들이 네다섯살 때 꽃놀이했던 그걸 기억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고인이 한국주택은행장이던 시절 비서로 처음 만나 40여년간 가족처럼 지내온 김일심(70)씨도 "장관 퇴임 후 산업부 직원들이 뽑은 역대 장관 인기투표 1등 하실 정도로 인품이 좋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 인연을 맺은 고인의 운전기사는 지금껏 그의 운전기사로 곁에 남았고,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까지 물리치료를 했던 물리치료사 김미연(33)씨는 "항상 웃음이 많으셨던 분"이라며 "마지막 나날 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제 목소리만 들으면 눈을 뜨고 웃어주셨다"고 전했다.


고인의 빈소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고인과 인연이 있던 정치인들은 물론 일면식 없던 시민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찾아와 한평생 주변을 끌어안았던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빈소 밖 늘어선 근조기

[촬영 윤민혁]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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