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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동등한 유권자…'시혜성 공약' 대신 '찍을 권리'를

입력 2026-05-31 0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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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첫날 대통령 찾아간 발달장애인 인권 단체


글자 헷갈리고 이름도 가물…그림 투표용지·보조인 허용 요구




사전투표소 앞 장애인단체 관계자들 만난 이재명 대통령 부부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9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윤민혁 기자 = "지난 10년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습니다."


지난 29일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발달장애인들은 이런 내용의 편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들은 2015년부터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운동을 해온 '한국피플퍼스트'다.


활동가 은물(활동명·31)씨는 "더 이상 뭘 해야 하나 싶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대통령을 기다렸다"고 했다.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통틀어 일컫는 발달장애인은 인지 능력이나 의사소통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신원확인 등 복잡한 절차가 있는 투표소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은물씨는 "일부 발달장애인은 투표용지도 많고 현장이 정신없다 보니 글자가 헷갈리기 시작한다"며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내가 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황급히 투표하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투표권은 있지만, 실질적 참정권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은 지난해 기준 28만8천324명이나 된다.




"발달장애인에겐 어려워요"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발달장애인 장하훈(30) 씨가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2025.5.29 winkite@yna.co.kr [촬영 이승연]


은물씨 등 발달장애인 참정권 활동가들이 10여년간 요구해온 것은 세 가지다.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공보물과 글자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보조인 허용이다.


투표용지에 후보 얼굴이 있거나, 기표소까지 함께 들어가는 투표 보조인이 허용되면 진의와 다른 선택을 하고 나오는 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이미 시각·신체장애인의 투표 보조를 허용한다. 영국과 대만 등이 그림 투표용지를 도입하는 등 다른 나라 선례도 있다.


하지만 그간 수용된 것은 한 가지도 없다. 2024년 서울고법이 발달장애인 등에게 그림 투표 보조 용구를 제공하라고, 지난해 부산고법이 발달장애인에게 투표 보조를 제공하라고 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상고로 모두 대법원 계류 중이다.


선관위도 이유가 있다. 그림 투표용지의 경우 인쇄기계 개발 등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 현실적 걸림돌에 더해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 규격이 정해져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보조를 발달장애인에게 허용하면 치매 환자에게도 허용해야 한다"며 "투표 보조인이 대리 투표를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6ㆍ3 지방선거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그럼에도 발달장애인들은 동등한 주권자로서 온전히 정책을 이해하고 스스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한다.


선거철마다 내놓는 발달장애인 복지 공약은 '시혜성 배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그림 투표용지에 대해 "하면 되는데 왜 안 하는 거냐"며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고 한다.


비록 작은 성과일 뿐이지만, 스스로 발달장애인인 활동가 박연지(33)씨는 희망을 본 듯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투표가 그 시작이었으면 해요"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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