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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치인 체포지시' 인식 단정 못해…국회 보고의무 없어"
"계엄문건 안 받았다" 허위 답변만 인정…양측 모두 항소방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치 관여' 등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보면서도 유죄로 인정한 일부 혐의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21일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징역 7년의 절반이 채 되지 않은 수준이다.
재판부는 핵심 혐의인 직무 유기와 국정원법 위반을 무죄로 봤고, 위증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계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허위 내용을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하고(위증) 국정원 명의 공문서에 담아 답변서로 낸(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부분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실 CCTV 영상에 의하면 계엄 관련 문건을 수령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은 객관적 사실에 반한 것으로 인정되고, 불과 2개월여 만에 그 기억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혐의는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조 전 원장이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인을 임의로 체포하려는 상황을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보고받고도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직무유기 혐의 골자다.
재판부는 홍 전 차장이 보고할 당시 정치인 체포의 주체를 방첩사령부로 명시했다거나, 조 전 원장이 이를 대통령 지시로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피고인이 홍 전 차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비상계엄 과정에서 발생한 풍문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 체포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국정원법에 따른 국회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같은 취지로 작년 1월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에서 '홍 전 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지시에 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도 무죄로 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부는 또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명시된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국정원법 위반)을 무죄로 봤다.
조 전 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지지하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등 정치에 관여할 목적으로 CCTV 영상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홍 전 차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문자메시지 등을 국정원과 외교부 직원들에게 발송해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정원 수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과정과 관련해 국정원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고, 국정원 조직의 안정을 위해 이런 행위를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짚었다.
정치인 체포 관련 대화가 담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혐의(증거인멸)도 보안 조치의 하나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밖에 2024년 3∼4월 삼청동 안가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사실을 아는데도 이를 부인하고, 대통령실 집무실 원탁 탁자에 놓인 비상계엄 관련 종이를 보고도 부인해 헌재에서 위증한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정원장으로서 국회의 질의에 최대한 성실히, 사실대로 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그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면 국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책임을 축소·은폐하고자 허위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에 그치지 않고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윤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위증해 헌재의 심리·판단을 방해했다"며 "이런 행위는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이런 범행에 이르게 된 데엔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과 관련한 논란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유리한 양형 사정으로 고려했다.
이날 선고 후 조 전 원장의 변호인단은 "홍 전 차장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마치 국정원장이나 국정원이 정치인 체포에 관여했다는 오해가 유발됐지만, 1심은 이를 배척하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바로잡았다"면서도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할 방침을 밝혔다.
특검팀 측도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무죄 부분에 대해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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