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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지원·돌봄 등 정책 확대에도 "일·가정 양립 여전히 어려워"
부모 일하고 아이는 기관 가는 양육구조 '출산율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김잔디 기자 = 5세 딸을 키우는 직장인 임모(38) 씨는 둘째 출산을 수년간 고민하다가 지난해 마음을 접었다.
양가 부모님이 건강 문제와 이사 등으로 육아를 지원해주기 어려워진 데다 지금도 남편과 자신이 모두 회사 일에 쫓겨 아이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같이 결론 내렸다.
임씨는 "퇴근한 뒤 집에 오면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1시간∼1시간 반 정도밖에 안 된다"라며 "둘째를 낳으면 어찌어찌 키워낼 수는 있겠지만 아이가 엄마 아빠 밑에서 크는 게 아니라 사실상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어린이집에서 커가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등 양육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 늘고 돌봄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서는 이처럼 부모가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반등한 합계출산율이 안정적으로 상승세를 타려면 아이를 남의 손에 오래 맡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6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메쎄에서 열린 '수원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금껏 부모의 육아 부담을 덜고 양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수립·강화해 왔다.
예를 들면 0∼1세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는 소득에 상관없이 아동이 0세인 경우 월 100만원, 1세인 경우 50만원의 부모급여를 받는다.
2022년 각 70만원과 35만원 규모로 도입된 뒤 2024년 액수가 확대됐다.
아동수당의 경우 2018년 도입됐는데 처음에는 소득·재산 기준 하위 90% 가구의 만 0∼5세 아동이 지급 대상이었다가 2019년 소득·재산 기준이 없어졌고 대상 연령이 만 8세 미만까지로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지급액은 10만원이다.
정부는 최근 법을 개정해 지급 연령을 지난해 만 8세 미만에서 2030년 만 13세 미만까지 매년 1세씩 단계적으로 높이고,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 거주 아동 등에게 월 5천∼2만원의 추가 수당을 주기로 했다.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대상은 올해 기존 중위소득 200% 이하에서 250% 이하 가구까지로 확대됐다.
초등 1∼2학년의 경우 늘봄학교 중심으로 돌봄을 강화하고, 초등학교 3학년에게는 올해부터 연 50만원 상당의 '방과 후 프로그램 이용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처럼 지원이 늘고 있어도 합계출산율은 2017년(1.05명) 이후 8년째 1.0명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현금성 지원과 양육 정책을 도입했지만, 일각에서는 긴 노동시간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어서 양육에 필요한 부모의 자리를 돈과 외부기관이 대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지역아동센터·다함께돌봄센터 이용 아동 보호사 2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을돌봄 연장 이용 수요조사를 보면 돌봄공백 시간대(학기중, 주중 기준)는 통상적인 퇴근을 앞둔 16∼19시가 30.1%로 20∼22시(5.9%), 22∼24시(1.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갑자기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부부가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늦은 오후나 이른 저녁에 고정적인 돌봄공백을 느낀다고 지적되는 이유다.

저녁까지 불 켜진 서울시내의 한 사무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25년 내놓은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25∼49세 남녀 응답자들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중장기 추진 과제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주거지원(82.9%)과 일·가정양립 문화 장착(81.3%)을 꼽았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발간한 2025 아동분야 주요통계를 살펴봐도 12세 미만 아동 보호자가 느끼는 '시간부족감' 사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직장일'(42.9%)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제고 정책의 패러다임이 경제적 지원에서 양육 지원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아직 장시간 노동으로 '바쁜 엄마·아빠'가 아이들을 직접 돌보기 어려운 구조가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부모는 일하고 아이는 기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양육 구조가 고착할 경우 합계출산율 반등을 지속해 이끌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맞벌이를 많이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아이와 부모의 시간이 더 제한적인데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면 결국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좀 근로 환경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평등과 일·가정 양립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이 계속 언급되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근무 시간이 길고 노동생산성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데 좀 더 압축적으로 일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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