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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에 갇혔다'…이태원 참사 의인들 잇따른 비극, 왜
"'지연된 반응' 더 심각할 수도…사회적 공감·연대가 중요"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분투했던 '구조 의인'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서 실종 1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30대 상인의 비보를 계기로, 참사 생존자와 구조 인력들의 트라우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참사 당시 이태원 골목에서 부상자를 옮기며 구조에 동참했던 상인 30대 남성 C씨는 지난 19일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고, 29일 포천 왕방산 일대에서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참사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극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대원들이 연달아 삶을 등지며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이들은 참혹한 현장의 기억에 갇혀 심리치료를 받거나 장기간 휴직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트라우마에 대한 국가 관리는 부실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기준 이태원 참사 소방관의 정신질환 공무상 재해 신청 8건 중 승인된 건은 5건에 불과했다.
과거 불면증 진료 기록이 있다거나,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나서야 첫 진료를 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됐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추모를 위한 국화 등 꽃이 놓여있다. 2025.10.28 dwise@yna.co.kr
그나마 소방관 등 제복 공무원은 최소한의 제도적 테두리 안에 있지만, 자발적으로 구조에 나섰던 민간인 의인들은 아예 트라우마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원 제도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재난심리회복지원 24시간 직통 전화를 개설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심리지원 사업을 마련했다. 그러나 공무원들과는 달리 민간 구조자들은 스스로 나서서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발굴이 어렵다는 게 한계다.
심민영 전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참사 현장에 있었더라도 부상자가 아니었다면 명단이 확보되지는 않는다"며 "본인이 심리지원의 필요성을 느끼고 전문가를 찾아야 서비스가 개시되는 구조다 보니 생기는 사각지대"라고 설명했다.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방관이나 공무원뿐만 아니라 상인, 일반 시민 등 참사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구나 다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괜찮았더라도 '지연된 반응'으로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에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트라우마 피해는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참사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마다 회복 속도는 다르지만 사회적 공감과 연대, 지지가 잘 형성되면 이렇게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see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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