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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인위적 주가상승 대가였을 가능성…미필적 인식 인정"
"18만주 매도는 '통정매매'"…'공소시효도 살아있다' 판단

(서울=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선고를 듣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1심보다 무거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026.4.28 [서울고법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힌 것은 공모 여부에 관한 판단이 1심과 달랐기 때문이다.
1심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지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범행에 가담하진 않았다고 본 반면 2심은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고법판사)는 28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하며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공동 가공의 의사를 갖고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가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의 한 '축'으로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주범과 구체적인 역할을 분담해서 관여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우선 김 여사가 2010년 10월 22일∼11월 4일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원이 든 계좌를 위탁해 주식 거래를 맡기고 수익의 40%를 약정한 점에 주목했다.
1심은 이 사실을 고려해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으로부터 시세조종에 관한 내용을 들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자연스러운 주가 상승 혹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주가 상승을 기대했다면 수익의 40%나 지급하기로 하고 매매를 맡기진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블랙펄인베스트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주가 상승에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억원은 수익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 없이 제공하기에 적지 않은데도 김 여사가 아무런 인적·물적 담보도 받지 않고 손실 보장 약정도 체결하지 않은 점 역시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당시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면서 "사무실 전화는 다 녹음되지 않느냐"라고 물으며 주식거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드러낸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김 여사가 2010년 10월 28일∼11월 1일 주가조작 '주포' 김모 씨와 블랙펄인베스트 측이 실시간으로 지정한 시점과 가격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매도한 행위를 시세조종 일환인 '통정매매'로 규정했다.
통정매매는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약속된 시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로 대표적인 시세조종 수법으로 꼽힌다.
결국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 측의 지시를 따른 이유는 매도하는 주식을 블랙펄인베스트 측이 사들여 받아 간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김 여사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주가조작의 인식이 있었다고 봤다.
김 여사가 김씨 등이 지시하는 대로 주문만 했을뿐 블랙펄인베스트 측과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실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1심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부는 다만 김 여사가 2011년 1월 13일 블랙펄인베스트와의 정산을 마친 이후 가담한 주식 거래는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아울러 이 부분 거래에 대해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방조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특검팀은 1심이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자 2심에서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2심 재판부가 공소장에 적힌 김 여사의 범행을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로 보고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점도 유죄 선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심은 주가조작 범행이 시기에 따라 3개의 별개 행위로 나뉘고 공소시효도 따로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010년 10월 22일 내지 28일∼2011년 1월 13일 범행, 2011년 11월 30일자 범행은 각각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했다.
설령 이 시기 김 여사의 시세조종 공모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면소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2심은 "2010년 10월 21일∼2012년 12월 5일 시세조종 행위는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해 행해진 만큼 포괄해 하나의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범죄 종료 시점인 2012년 12월 5일로부터 공소시효 10년이 지나기 전 공범들이 기소된 만큼 김 여사 사건의 공소시효도 살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항소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4년,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2026.4.28 ondol@yna.co.kr
이날 선고로 김 여사는 주가조작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15년 만에 '공범이 맞는다' 법원 판단을 받았다. 2020년 4월 고발이 이뤄진 지 6년 만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의 시발점으로 여겨진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4월 열린민주당이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처음 논란이 일었으나, 관련자들이 수사받고 줄줄이 기소되는 동안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이후 검찰이 수사 착수 4년 6개월 만인 2024년 10월 무혐의 처분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도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이 출범해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단죄의 기틀을 마련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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