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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외국인 '학술용병'에 억대 인센티브 지급 첫 확인

입력 2026-04-1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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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연구도, 수업도 안 보이지만 '이중소속'으로 논문 다작 성과 연구자에 금전 보상


"세계 랭킹 의식 도덕적 해이"…고대 "교류 위한 네트워크, 글로벌 융합연구 트렌드"




고려대 본관

[고려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이의진 기자 = 국내 대표 사학인 고려대학교가 이른바 '학술 용병'으로 의심되는 외국 소재 다작 연구자들에게 최대 억대의 금전 보상을 해온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자들이 고려대를 제2소속 등으로 병기해 쏟아낸 논문들은 대학의 세계 랭킹 상승에 적잖이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고려대 교원과 실질적인 공동 연구를 한 성과가 불분명하다.


파악된 자료로는 국내에 장기 체류하며 강의했거나 원격수업으로라도 수준 높은 강의로 기여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한 상태다. 사실상 '대학이 연구 실적만 돈으로 사 온 게 아니냐'는 논란도 예상된다.


◇ 고대 등 7개국大 소속 다작 학자에 1억3천만원 지급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대는 2023년 하반기 'K-클럽'을 출범한 뒤 최근까지 K-클럽 소속 비전임교원 3명에게 1억원대의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센티브는 인건비·연구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금성 포인트다.


K-클럽은 '전 지구적 문제 해결' 등을 내걸고 180여명의 외국 다작·고인용 연구자를 비전임교원으로 임용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소속기관에 고려대를 이중 기재해 논문을 내거나 일정 피인용율을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르비아 한 대학의 수학·컴퓨터공학 석학인 A 교수는 2024년 고려대에 합류해 1억3천만원이 넘는 인센티브를 쌓은 것으로 파악됐다. A 교수는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 기준으로 논문 181편에 고려대 소속을 기재했다. 이 논문들은 1천500회가량 인용됐다.


그는 원 소속대와 고려대에 더해 대만, 헝가리, 리투아니아, 터키, 아제르바이잔 등 무려 5개 대학까지 총 7개 기관에 적을 두고 올해만 50여편의 논문을 쏟아낸 상태다.


인도 한 대학의 화학 분야 석학인 B 교수도 100여편의 논문을 통해 1천900회의 피인용 실적을 고려대에 안겼다. 그에게도 1억3천여만원의 인센티브가 배당됐다. B 교수 역시 원 대학과 고려대를 포함해 4개 대학에 소속을 두고 있다.





고려대 K-클럽 '억대 인센티브' 교원의 논문 작성 건수. [제작 박수현]


하지만 A·B 교수 모두 고려대에서 강의를 맡거나 고려대 소속 교수와 공동연구를 해 성과를 낸 기록은 전무한 실정이다. 금전을 연결고리로 이들의 연구 성과만 대학 몫으로 가져온 게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두 교수 외에도 K-클럽 소속 교원 중 한 편이라도 고려대 소속을 병기해 논문을 쓴 130여명에게는 모두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졌다. 전체 규모는 최고 수십억원으로 추정된다. 연구 실적은 고려대의 세계대학평가 순위 상승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그간 K-클럽 교원들에 대한 금전 보상 여부에 대해 "정규 급여가 없다"는 식으로 명확한 답을 피해 왔다.


한 고려대 소속 교수는 연합뉴스에 "학교가 랭킹 평가에 너무 예민해지며 벌어진 도덕적 해이"라며 "그 돈을 학교 구성원이 자부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게 하는 데 썼다면 얼마나 좋았겠냐.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 고려대 "K-클럽, 교육부 지침·관련 법규 엄격히 준수"


고려대는 K-클럽이 등록금 장기 동결과 글로벌 석학 몸값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극한 환경 속에서도 인류 난제를 푸는 대형 연구를 이어가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가 나오려면 각 분야 석학과의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판단하에 자교 전임교원이 각국의 연구자와 접촉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고인용 연구자에 대한 세계 각국 대학의 수요가 높아진 상황 탓에 인센티브를 약속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이들의 이목을 끌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매년 한 차례 이들을 국내로 불러 학술행사를 열고 있으며, 지난해 70여 명이 국내 교원과 공동 연구 계획서를 내 21개 팀이 연구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나름의 성과도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교육부 지침과 관련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고 각 학과 회의 및 인사위 심의 등을 거쳐 K-클럽 교원을 임용하고 있다"라며 "현행 규정 테두리 안에서 현대적인 글로벌 융합 연구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K-클럽 콘퍼런스 홈페이지.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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