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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멈춰세운 1m 문…'입어볼 권리'는 기업 선의에 달려

입력 2026-04-19 06: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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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해보니…좁은 통로·따가운 시선에 바지 착용 '그림의 떡'


법은 추상적, 시행령은 '깜깜'…"대형매장부터 의무화해야"




전동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기에 폭이 좁은 탈의실 모습

[촬영 정지수]


(서울=연합뉴스) 정지수 양수연 기자 = "사실 피팅룸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제가 휠체어를 탄 뒤로 피팅룸을 이용해본 건 딱 한 번입니다."


휠체어 사용자의 '입어볼 권리'는 어디쯤 와 있을까. 송석호 활동가에게 의류매장 탈의실(피팅룸)은 진입조차 허락되지 않는 장벽 그 자체였다. 지난 18일 오전, 송 활동가와 함께 찾은 서울 동대문의 한 대형 쇼핑몰은 건물 입장부터 험난했다. 무거운 수동 출입문 탓에 활동지원사가 문을 잡아주고 나서야 겨우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2층에 위치한 국내 SPA 브랜드 매장 내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휠체어 높이에서는 닿지 않는 옷이 수두룩했고, 통로를 지나 어렵사리 닿은 탈의실은 대기줄 차단봉에 가로막혔다.


차단봉을 치우고 탈의실에 다가섰지만, 폭이 1m가 채 안 돼 보이는 문을 보며 송 활동가는 "여기는 못 들어간다"며 결국 멈춰 섰다. 겨우 비집고 들어가도 여닫이문을 닫을 수 있는 공간조차 없었다. 송 활동가는 결국 입어보기를 포기했다.


매장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마련된 탈의실도 있었지만, 휠체어를 타지 않는 고객이 차지했다. 이 공간마저도 송 활동가는 "일반 탈의실보다는 넓지만, 바지를 갈아입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 큰 장벽은 따가운 시선이다. 그는 탈의실 앞에서 난감해하는 직원을 마주할 때면 말을 꺼내기조차 망설여진다고 했다. 이 때문에 탈의를 포기하고 주로 매장 한편에서 바지 허리를 대보는 식으로 치수를 가늠한다. 탁 트인 공간에서 겉옷 정도만 걸쳐볼 뿐, 바지를 직접 입어보고 사기란 쉽지 않다.




바지를 허리에 대 보는 송석호 활동가

[촬영 정지수]


대형 의류회사가 점차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 공간을 제공하는 추세라 하지만, 휠체어 사용자로선 기업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행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시설·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시행령은 경사로나 화장실 등 필수적인 시설을 주로 규정할 뿐 '입어 볼 권리'까지 보장하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은 2021년 미국처럼 장애인용 탈의실 규정을 시행령에 반영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제안했으나, '영세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공익법단체 두루의 한상원 변호사는 "대형 의류매장부터 점차 의무 설치를 하도록 하는 등 법령 개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nde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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