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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가판대·정류장까지…'디자인 서울'이 바꾼 도시의 얼굴

입력 2026-04-12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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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분위기 정돈한 1.0, '펀 서울'로 재미 불어넣은 2.0


iF·레드닷·DFA 등 각종 국제 디자인상 수상…"일상의 혁명"




빛으로 광화문 물들이는 서울라이트 쇼

2026년 새해 첫 주말인 1월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초대형 미디어파사드 전시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질서정연한 간판부터 독일 iF 어워드 본상을 받은 가로판매대(가판대), 유리와 금속을 활용한 개방형 버스 정류장까지. 서울시가 도시디자인 정책 '디자인 서울'로 도시의 얼굴과 시민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의 디자인 정책을 선도한 기존의 '디자인 서울 1.0'에 머물지 않고 한층 발전시킨 '디자인 서울 2.0'을 추진 중이다. 1.0이 어지러운 도시 미관을 정리했다면 2.0은 재미와 활기를 더하고 있다.




점점 진화하는 서울 가판대 디자인

서울 가판대의 과거(위)와 '디자인 서울' 1.0으로 정비된 이후(왼쪽 아래), 2.0으로 개선된 이후(오른쪽 아래)의 모습.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디자인 서울' 20년…전국 지자체 디자인정책 선도


'디자인 서울'은 2006년 오세훈 시장 취임 후 도입된 사업으로, 서울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다.


서울시는 같은 해 전국 최초로 도시디자인조례를 제정하며 행정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07∼2020년 전국 117개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의 디자인 정책이 전국으로 퍼진 것이다.


서울시는 조례에 그치지 않고 2008년 '디자인 서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는 도시 전반에 적용하는 일관된 기준으로, 도시의 가장 일상적인 요소부터 바꾸기 위해 마련됐다.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로판매대, 보도블록, 휴지통, 벤치 등 공공시설은 물론 버스정류장, 지하철 캐노피, 도로변 간판까지 전면 개선했다. 지금은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지만, 당시로서는 도시에 체계적인 질서를 설계한 첫 시도였다.




간판 정비사업 전(왼쪽)과 후 비교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도심 미관 정리한 1.0…"시민이 자연스럽게 변화 체감"


2008년 가판대 전면 교체는 상징적 변화였다. 약 3천500개의 가판대를 서울색 중 하나인 차분한 '기와진회색'으로 통일하고 주요 도로에서 이면도로로 재배치해 보행 환경을 개선했다.


미관뿐 아니라 판매대 높이를 2m로 높여 상인이 허리를 펴고 일할 수 있게 하고 인체공학적 설계를 통해 작업 동선과 효율을 높이는 등 '사람 중심 설계'에 무게를 뒀다.


같은 해 서울의 간판은 '크기는 작게, 개수는 적게, 질서 정연하게'라는 원칙으로 정비됐다. 이 방침은 폭 20m 이상 도로변에 설치된 모든 간판에 적용됐다.


오 시장은 직접 옥외광고물 제작업자 2천여명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그는 "현재 옥외광고물은 시각 공해 수준"이라며 "건물 외벽이 건축주나 점포주의 재산이 아닌 시민 공공 재산이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2008∼2011년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74곳이 조성됐고, 무질서했던 거리 간판이 정돈됐다. 이 기간 간판을 개선한 영업소가 1만992개에 달한다.


버스정류장 역시 이 시기 투박한 구조에서 벗어나 유리와 금속을 활용한 개방형 디자인으로 개선됐다. 지하철 출입구 캐노피도 통일된 디자인 언어를 적용해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했고, 버스·택시·공항버스 정류장의 색상과 디자인도 통일됐다.


세계 최초 '세계디자인수도' 선정(2007), 국제도시조명연맹 1등상 수상(2008),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2010), 영국 웰페이퍼 디자인 어워즈 도시 부문 베스트시티 수상(2013) 등이 모두 이 시기의 성과다.


오 시장은 "디자인 1.0은 서울을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어느 순간 도시가 바뀌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24∼2026 '올해의 서울색'

왼쪽부터 2024년 '스카이코랄', 2025년 '그린오로라', 2026년 '모닝옐로우'.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2023년 2.0으로 진화…'펀 서울'로 거듭나


이후 약 10년 동안 맥이 끊겼던 '디자인 서울'은 2023년 시가 두 번째 비전을 발표하면서 다시 도심 미관에 변화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1.0이 지저분한 미관을 정리했다면 '디자인 서울 2.0'은 재미(Fun)에 초점을 맞춘 '펀 디자인'을 선보였다. 단지 깔끔하고 세련된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닌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됐다.


앞서 1.0에서 정돈된 인상을 주며 성공을 거뒀던 가판대는 2.0에선 도시와의 조화, 사용자 편의를 모두 반영한 새 모델을 2024년 도입하며 한 단계 진화했다. 그 결과 올해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받으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시가 설치한 '펀 시설물' 그늘막과 벤치 등은 세계적 디자인상인 iF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DFA를 총 5차례 받았다.


'디자인 서울' 2.0 사업으로 개발된 디자인은 모두 192종에 달한다. 분야별로는 ▲ 펀시티·펀디자인 22종 ▲ 브랜드·시설물 공간디자인 99종 ▲ 표준디자인·안전디자인 71종 등이다. 시설이나 제품 등에 이들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는 3만건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시는 매년 스카이코랄(2024)·그린오로라(2025)·모닝옐로우(2026) 등 새로운 서울색을 지정해 다양한 랜드마크에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고유한 글씨체 '서울알림체' 4종을 개발했다.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축제 '서울라이트 광화문'에는 누적 700만명이 방문했고, '한강 빛섬축제'는 누적 127만명이 찾았다.


오 시장은 "가판대 하나를 바꾸는 일이 결국 도시 전체를 바꾸는 일"이라며 "서울의 변화는 거창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시민이 매일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체감되는 변화, 즉 일상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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