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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혈세 걸린 BK21 사업 목표가 글로벌 랭킹…편법·꼼수 부추기나
연대, BK21 성과포럼서 '공동소속' 언급…교육부 "대학이 판단할 일"

[정연주 제작]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이의진 이율립 양수연 기자 = 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 등 국내 대학들이 이른바 '학술 용병'을 동원해 글로벌 랭킹 지표를 부풀린 의혹의 이면에는 3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BK21'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대학 평가 순위와 피인용 지수를 국고 지원의 핵심 기준으로 삼으면서 대학들이 '실적 달성'을 우선시하는 판을 깔아줬지만, 정작 교육부는 "대학 자율"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QS 100위권 진입' 못 박은 교육부…랭킹이 곧 돈줄?
3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는 지난해 11월 열린 '2025년 4단계 BK21 대학원혁신사업 제5차 성과 공유 포럼' 자료집에서 자교의 사업 내용으로 '공동 소속 논문(Joint Affiliation)' 교원 채용 프로그램인 '연세대 프론티어 랩(YFL)'을 내세웠다.
YFL은 연세대가 연구 세계화를 촉진하겠다며 2017년 설립한 기구로, 이곳을 통해 위촉된 해외 객원 연구원들은 6년여간 1인당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연세대의 학술 지표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학들이 도덕적 비판을 무릅쓰고 순위 향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2020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총 3조2천억원이 투입되는 4단계 BK21 사업의 평가지표가 글로벌 랭킹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교육부의 BK21 사업 기본계획에는 'QS 대학평가 100위권 대학을 2019년 5개에서 2027년 7개로 늘린다'는 양적 목표가 노골적으로 명시됐다.
QS 대학평가 측정 지표 중 '국제 협력' 관련 부분이 전체 점수의 15%에 달한다는 점에서 연세대가 YFL을 기반으로 글로벌 실적을 끌어오는 전략을 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연세대가 YFL 사업에 들인 예산은 지난해 5억여원으로 파악됐으며, 과거에는 초청 사업에 더 큰 지출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는 윤리적 한계를 인지하고 2022년 YFL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관계자는 "공동 연구를 좀 더 실질적으로 하기 위해 한 차례 모셨던 연구원들과 (계약을) 모두 정리했고 지금은 공동 저자 논문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했다.
고려대 등에서는 '학술 용병'을 떠올리는 방식이 글로벌 협력 프로그램에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쉬운 길' 통하는 연구 생태계…교육부는 "대학 자율" 선 그어
BK21은 척박한 국내 환경 속에서 기초 학문을 연구하고 신진 학자를 육성하는 '어려운 길'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의 사업이다. 하지만 당장의 지표 달성을 위해 다작 연구자들의 피인용 실적을 마치 '사들이는' 식의 행태로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 역량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지방 국립대나 기초학문 연구자들로서는 막대한 보조금을 가져가는 다른 대학들의 행태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학술적 교류나 연구에 대한 기여가 전무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소속 기재는 연구윤리 위반"이라며 "이런 사례에 대해 과거부터 합리적이지 않다고 임용을 반대한 학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됐다. 외국 대학 교원의 국내 대학 겸직 특례를 담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논의 당시 해외 교수가 홍보성으로 이름만 걸어두거나 연구 성과의 귀속 문제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뚜렷한 보완 없이 지난 10일 상임위를 통과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교육부는 겸임 교원 채용은 각 대학의 자율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겸임·초빙 교원 채용 주체는 대학이고 각자가 효용성 등을 판단할 부분"이라며 "제도적인 문제가 있으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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