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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3번 불났는데…118년 문화재 옆 골목은 거대한 흡연장

입력 2026-03-28 0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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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전 불탄 서울시 기념물 광통관, 매일 아슬아슬 '꽁초 벼락'


금연구역 1만곳·흡연구역은 9곳…당국은 풍선효과 우려 딜레마




광통관 옆 골목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도심 내 대형 오피스들이 속속 금연 건물로 지정되면서 갈 곳 잃은 흡연자들이 인근 골목으로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110여 년 전 건립된 서울시 지정 기념물 인근 골목이 '거대한 흡연장'으로 전락하면서, 화재 등 문화재 훼손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26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중구 우리은행 종로지점 바로 옆 골목. 1909년 건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 은행 건축물이자 서울시 기념물인 '광통관' 옆이지만, 20여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은 금세 꽁초와 가래침으로 뒤덮였고, 1시간 동안 쌓인 꽁초만 50여 개에 달했다. '상습 흡연 민원다발지역'이라는 구청 현수막은 무용지물이었다.


골목과 맞닿은 건물 입주민과 상인들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건물에서 일하는 60대 박모씨는 "한 흡연자에게 '여기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이야기했더니 '그만하라'며 어깨를 '툭툭' 치더라"며 "비질을 해보니 한 번에 70∼100개씩 꽁초를 주웠다. 하루에 그 정도 양이 3번 정도 더 나온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꽁초로 인한 화재 위험이다. 골목 입구 식당 직원은 "지난 가을 바람에 실외기 위 종이박스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담배꽁초 불이 튀면서 화재가 났다"며 "2년 동안 3번이나 그랬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 서울의 봄철 부주의 화재 중 담배꽁초가 원인인 경우가 49%로 가장 많았다. 광통관은 이미 1914년 화재로 일부가 소실됐다. 그런데 한 세기만에 또다시 무방비로 불씨에 노출된 셈이다.




떨어진 담배꽁초들

[촬영 조현영]


이면에는 턱없이 부족한 흡연 인프라가 있다. 중구 전체의 흡연 민원은 2022년 901건에서 2024년 1천901건으로 110% 폭증했다. 관리 부담으로 인근 빌딩들이 옥상을 폐쇄하고 금연 건물로 지정되자 흡연자들이 골목으로 밀려난 결과로 해석된다.


금연건물인 인근 빌딩 관리사무소 직원은 "여러 차례 주의를 줬지만 한계가 있다"며 "흡연할 곳이 없다는 점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원이 밀집한 중구 내 금연구역은 지난해 12월 기준 1만2천531곳에 달하지만, 공공 흡연시설은 단 9곳뿐이다.


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딜레마에 빠져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인근 상인의 피해를 인지하고 있으나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 청계천이나 대로변 흡연이 늘 수 있어 쉽게 지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빌딩 측에 자체 흡연실을 두라고 여러 번 협조 공문을 발송했지만, 강제할 수는 없고 흡연부스를 설치할 공간도 마땅치 않다"며 "민원이 계속돼 금연구역 지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명동 흡연부스 밖에서 흡연하는 흡연자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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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8 10: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