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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석유보다 비싼 물…물보다 귀한 에너지 안보

입력 2026-03-27 07: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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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발 위기, 에너지 안보 취약성 되돌아볼 기회




울산 원유비축기지

[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란….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석유가 물보다 싼 나라'로 불린다는 점이다. 가격이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생수가 석유보다 비쌀 정도라는 것이다.


원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한국에서 볼 때 석유가 물보다 싼 나라는 축복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락하는 등 에너지 수급 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한국이 전량 수입하는 원유는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LPG 등 현대 산업에 필수적인 연료를 생산하는 원천이다. 추가적인 가공을 통해서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다양한 물건들을 만든다. 생활에서 쓰는 물건 중 석유와 관련되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석유 수급 불안에 차량 운행 제한을 감수하고 전기도 아껴 써야 할 판이다. 화물차 배기가스 정화에 쓰이는 요소수 구입난이 재연되는가 하면 가정에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구입에 애를 먹고 있다.




에너지절약을 위한 국민행동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들이 에너지절약 거리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26.3.26 jin90@yna.co.kr


에너지 수급 위기가 산업 현장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파고들고 있다. 산유국이 아니어서 겪는 일이지만 한탄만 할 일은 아니다. 석유보다 비싼 물이 한국에서는 구하기 쉽지만 중동 산유국에서는 역시 수급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국은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고 강수량이 많아 물이 풍부하다. 한국의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미국보다 적지만 독일과 덴마크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이다. 강수량의 계절별 편차가 크고 국토 대비 인구가 많은데도 사용량이 많아 물 부족이 우려될 정도이다.




해수 담수화 시설

[연합뉴스DB]


중동 산유국에서 물값이 비싼 이유는 강수량이 적어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시설을 통해 물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마시는 물은 물론 나무와 화초들에 줄 물도 만들어야 한다. 중동에서 물은 석유만큼 전략 자원이다.


이란전쟁 와중에 군사시설에 이어 담수화 시설이 주요 공격 목표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압도적인 공격력에 밀린 이란은 미군기지에 이어 중동 친미 국가의 담수화 시설과 발전 시설을 공격 표적으로 삼고 있다.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중동 사태를 겪으면서 석유 대신 물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자는 것이 아니다. 물이나 석유처럼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수자원은 효율적 이용과 절약 체계를 갖추면 되지만 갖고 있지 자원은 문제가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 위성 사진

(위키피디아)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편중된 수입선의 '약한 고리'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전략 비축을 확대하고 수입선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비중이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도 에너지 절감형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고 원자력 발전이 보조 역할을 하는 에너지 생산 구조가 유력한 대안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되돌아볼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를 넘기는 데만 급급하면 다음 위기는 더 크게 닥쳐온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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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7 11: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