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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 정체 공개한 문학진 "국가를 위해?…사람에게 해선 안 될 짓"

(서울=연합뉴스)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맡아 '고문 기술자'로 널리 알려진 이근안 전 경감이 25일 숨졌다. 향년 88세.
이 전 경감은 2023년 초 부인을 잃고 서울에서 홀로 지내왔으며 최근 건강이 악화해 요양병원에 입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2년 자서전 출판기념회 당시 이 전 경감. 2026.3.26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최윤선 기자 = "차라리 모든 걸 털어놓고 과거를 반성하고, 그런 것들이 진심으로 전해지고 그랬다면 좀 더 편하게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고문 기술자'로 널리 알려진 이근안 전 경감의 사망 소식을 들은 민병두 전 의원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46∼47년 지나니 개인적인 원한은 없고 연민은 있다"며 '악연'이었던 망자의 떠나는 길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 전 의원은 1981년 대표적 간첩 조작 사건인 이른바 '학림사건'에 연루돼 이씨에게 체포된 바 있다. 이후 경찰들에게 구타와 잠 안 재우기 등 고문을 당했다. 고문으로 허리가 비뚤어져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고문을 하던 한 경찰이 '이 XX들 때문에 한 달 동안 집에도 못 가고 고3 딸도 못 본다'며 분개했다"며 "자기 딸은 저렇게 생각하면서, 인간의 야만성이라는 게 저 정도일까 싶었다"고 회고했다.
직접 이씨에게 고문당하지는 않았지만, 민 전 의원에게 그는 '가장 악랄한 고문 기술자'로 기억됐다. 그는 "(추후) 재판에서 이태복 선생(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술 중에 기억이 남는 게 '선데이서울'을 보며 전기고문을 했다는 것"이라며 "고문 중 태연히 잡지를 보면서 '힘들면 항복한다고 말해라'라는 게 얼마나 야만적인지 싶었다"고 했다.
이씨에게 사과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사람은 너무나 많은 사람을 고문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일일이 기억 못 할 것"이라며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림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당시 재판부가 '과거의 재판부를 대신해 사과한다'고 한 말에 마음이 확 녹았다"며 "이씨도 그렇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면 고문당했던 수백 수천 명의 마음도 녹지 않았을까, 독재정권에 이용당한 또 다른 이들도 사과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민 전 의원은 "그 사람도 어떻게 보면 독재정권에 이용당했고, 삶 자체가 악마화된 것"이라며 "이를 일찍 깨우칠 수 있었다면 남은 인생이 그렇게까지 힘들고 비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촬영 도광환]
'성명불상의 전기고문 기술자'였던 이씨를 세상에 널리 알린 문학진 전 의원도 "자기가 한 행위에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게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1988년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하던 시기 고(故) 김근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취재하던 중 '얼굴 없는 고문 기술자'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했고, 이씨의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
문 전 의원은 "국가를 위해서 (고문)했다지만 사람을 상대로 해선 안 될 짓을 했다"며 "자기 잘못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그래도 달리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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