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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변호사 성공보수 일률 금지 안돼"…11년 전 판례 바뀌나(종합)

입력 2026-03-23 17: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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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약정금 소송 2심서 승소…2015년 대법 전합 판례 안 따른 판결


형사 성공보수 논쟁 재점화…"변호인 역할 간과" vs "전관예우 통로"




법원 로고

[촬영 이율립]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이승연 기자 =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 성공 보수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2015년 변호사 성공 보수를 무효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 11년 만으로, 대법원이 기존 판례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당시 재판부 최성수 임은하 김용두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3일 A 법무법인이 B씨 등을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A 법무법인에 3천3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B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1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A 로펌과 위임 계약을 맺으면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성공 추가보수금 3천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B씨는 실제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됐으나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았고, A 로펌은 약정금 소송을 냈다.


법정에서 B씨는 "형사 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킨 것으로,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만큼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판단한 2015년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논리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논리를 주도해 이끈 주심은 권순일 전 대법관이었다.


1심은 이런 판례에 따라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 약정은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모든 형사 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곧바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 및 윤리성에 반한다거나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공공성이나 윤리성 침해 여부는 해당 약정이 변호사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도록 유인하는지, 또는 형사사법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실질적으로 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형사재판 결과는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재량적 판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좌우되는 영역이라고만 볼 수 없고 변호인의 전문적이고 성실한 변론 활동에 따라 형성되는 측면이 크다"며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변호인의 충실한 변론을 담보하는 실질적 동인을 약화하고, 그로 인한 부담과 위험을 의뢰인이 고스란히 감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A 법무법인의 충실한 변론과 노력 덕분"이라며 "B씨의 행위는 기존 법리를 방패로 삼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현재 이 사건은 B씨의 상고로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형사사건 성공보수에 관한 판례가 10여년 만에 바뀌게 된다.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변호사 성공보수에 대한 찬반 논쟁도 재점화할 조짐을 보인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대한변호사협회 등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형사성공보수 정상화 방안 토론회'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사소송의 기본 구조가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있는데도 이를 간과해 변호인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실무상 당사자와 변호인의 노력에 따라 형사소송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간과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최근 하급심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한 것으로 대법원에서 그 논리가 수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성공보수 금지로 인해 고숙련 변호사에 사건이 집중되고 착수금이 계층화되는 현상이 확인됐으며 이는 오히려 유전무죄·무전유죄 현상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강화한다"고 했다.


반면에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명지대 교수)은 "국가의 형벌권이 피고인에게 정당하게 행사되도록 조력하는 것이 형사 사건에서 변호인 임무"라며 "성공보수는 현실적으로 전관예우·비리의 주요 통로로 활용돼온 만큼 사법 신뢰를 오염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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