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사상 첫 '9월 폭염'…바닷물, 평균보다 3도 이상 뜨거워
티베트고기압·북태평양고기압 모두 왕성…'한여름 기압계' 유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늦더위가 무서웠던 지난달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9월로 공식 확인됐다.
기상청은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이 24.7도로 기상관측망을 전국에 확충한 1973년 이래 9월 평균기온으로는 상위 1위에 해당했다고 8일 밝혔다.
평년 9월 평균기온(20.5도)과 비교하면 지난달 평균기온이 4.2도나 높았다.
지난달은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평균도 29.6도와 20.9도로 평년기온(27.1도와 19.0도)을 훨씬 웃돌면서 1973년 이래 1위였다.
대부분의 날에 일평균기온이 평년기온을 훌쩍 넘었다.
지난달 66개 기상관측지점 중 46곳에서 지역 9월 최고기온 신기록이 세워졌다.
폭염일(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과 열대야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은 각각 6일(평년 9월 0.2일)과 4.3일(0.1일)로 역시 역대 최다였다.
서울과 충남 서산, 경기 이천 등 7개 기상관측지점은 사상 첫 '9월 폭염', 강원 춘천과 경기 양평 등 4개 지점은 사상 첫 '9월 열대야'를 겪었다.
9월까지 누적 폭염일은 30.1일(평년 11.0일)로, 올해가 2018년(31.0일)에 이어 2위였다. 열대야일은 24.5일(6.6일)로 역대 1위였다.
지난달 바다도 뜨거웠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 평균 해수면 온도가 27.4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24.2도)보다 3.2도나 높아 10년 새 최고치에 해당했다.
수온은 남해(28.5도)가 가장 높았지만, 평년 해수면 온도와 차이는 서해(26.7도)가 3.6도로 가장 컸다. 남해는 평년과 차이가 3.2도였다. 동해는 지난달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8도 높은 26.9도였다.
지난달 늦더위가 심했던 이유는 기압계가 한여름과 같았기 때문이다.
9월 상순에서 중순까지 북인도양에서 대류 활동이 증가하면서 티베트고기압이 예년보다 발달해 9월에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티베트고기압 때문에 대기 상층에 고기압성 흐름이 발달, 날이 맑아 햇볕이 강하게 내리쫴 기온이 높았다.
필리핀 쪽에서 대류 활동이 활발했던 점도 늦더위의 원인이었다.
대류 활동 증가로 필리핀 쪽에 저기압이 형성되면서 우리나라 동쪽엔 고기압, 오호츠크해 쪽엔 다시 저기압이 발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동쪽 대기 중·하층 북태평양고기압을 발달시켰고, 발달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우리나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불어 들게 했다.
지난달 강수량은 241.0㎜로 평년 9월 강수량(155.1㎜)보다 85.9㎜ 많았다.
1973년 이후 9월 중에는 12번째로 강수량이 많은 달이었다.
19일까지는 대기 불안정 때문에 소나기만 간간이 내렸다.
20일과 21일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으로 물러난 가운데 북쪽에서 대륙고기압이 일시적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마치 장마 때처럼 정체전선이 만들어지고, 마침 제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까지 지나가면서 호우가 쏟아졌다.
경남 창원에 529.4㎜ 등 남해안 일부엔 20~21일 300㎜ 넘는 비가 오기도 했다.
강수 강도도 매우 강했는데, 창원과 전남 진도, 해남(산이면) 등에는 1시간에 100㎜ 넘는 비가 내렸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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