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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연수]
(서울=연합뉴스) 김연수 인턴기자 = "공원에 있으면 바로 옆에서 담배 연기가 흘러들어옵니다. 많은 사람이 담배를 피우니 여기가 놀이터인지 흡연 부스인지 구별이 안 됩니다."
지난 20일 오후 5시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은행나무터 어린이공원. 공원 울타리를 따라서 성인 여러 명이 일렬로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불을 직접 붙여 태우는 연초부터 액상 전자담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공원 의자에 앉아서 쉬다 보면 울타리를 넘어 풍겨오는 담배 연기를 맡을 수밖에 없다. 어린이 놀이터 맞은편 대형 상가에서 모여드는 흡연자들이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기 때문이다. 은행나무터 어린이공원은 아파트 놀이터 두 곳과 맞닿아 있어 어린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인근에서 풍겨오는 담배 연기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인근에 거주 중인 최씨는 공원에 있다 보면 바로 옆에서 많은 사람이 담배를 피운다"며 "여기가 놀이터인지 흡연 부스인지 구별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어린이공원이 금연 구역이라고 해도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면 의미가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촬영 김연수]
지난 2일 성동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민원 게시판에는 성수 은행나무터 어린이공원 인근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거나 떨어진 곳에 흡연 부스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어린이공원 울타리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많아 연기가 공원으로 그대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민원이었다.
지난 17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어린이집 등 교육시설을 경계선으로 30m 이내의 구역은 모두 금연 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어린이공원 인근 구역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공원 울타리 밖은 금연 구역이 아니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금연 구역과 비금연 구역이 나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구청의 흡연 단속도 어려운 상황이다.

[성동구청 홈페이지 캡처]
성동구청은 이를 해결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구청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곳은 은행나무터 어린이 공원 밖 차도"라며 "금연 구역인 어린이 공원이 아니라 비금연 구역인 차도에서 흡연해 과태료 부과 등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한 "성동구청 측에서 흡연자가 많은 인근 빌딩에 별도의 흡연 구역을 설치하라고 권고하고 스마트 흡연 부스 설치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관련법상 설치 의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공원 인근 빌딩은 흡연구역 설치 의무 시설이 아니어서 흡연 구역을 설치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금연 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초구는 어린이공원 주변 사유지를 제외한 반경 10m 이내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어린이공원 인근 10m 안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과태료 5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어린이공원 주변까지 금연 구역을 확장한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서초구는 간접흡연 예방을 위해 흡연자와 10m 이상 거리를 유지하라는 질병관리청의 '간접흡연 실외 노출평가 연구' 결과를 반영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촬영 김연수]
그러나 성동구청은 별도의 금연 구역 관련 조례 제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은 "흡연 부스 설치 없이 금연 구역을 지정한다면 흡연자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할 뿐"이라며 "단속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흡연 부스 설치와 동떨어져 있다면 계속해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에서 적극적으로 흡연 부스 설치를 시도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쉽지 않다"며 "흡연 부스를 설치하라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들 근처에는 설치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흡연 부스 설치를 추진하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흡연자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금연 구역 확대의 흐름 속에서 흡연실 설치 논의는 제자리걸음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도 흡연구역 설치 의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21대 국회에서 권칠승 의원이 흡연실 설치가 적절치 않다고 인정되는 시설을 제외하고는 시설 전체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시설에는 흡연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날 공원에서 만난 30대 흡연자 김씨는 "금연 구역 확대 이후 흡연자들을 위한 대책이 없는 것은 차별적인 처사"라며 "비흡연자들이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흡연 부스 등의 시설이라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여름은 특히 더웠는데 더운 여름이나 겨울에 몇 분씩 걸어 흡연구역으로 가는 것도 무리가 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y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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