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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韓 식량수입 못할수도…반도체 못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입력 2024-08-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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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의 전쟁은 식량 때문…식량 안보 위해 미리 준비 해야"


"한국 온실가스 배출 세계 4위…기후위기 해결 로드맵 필요"


[※ 편집자 주=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공동 대표의 인터뷰 기사는 분량이 많아 세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 기사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13일 [삶] "한국인 1명이 1년에 신용카드 50장 분량의 플라스틱 먹는다"라는 제목으로 송고됐습니다. 다음 주에 나가는 세 번째 기사는 아프가니스탄 주민 지원 활동 등 나머지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자서전적 인터뷰이다 보니 현안 이슈 외에도 개인적 스토리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대표

[촬영 이은도]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기후 위기는 전 세계 식량 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0%, 식량 자급률은 46%인데, 기후 위기가 발생하면 곡물 수입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식량 수입을 못 하면 이는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됩니다. 생사(生死)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유정길(65)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지난달 18일과 25일 연합뉴스와의 두차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대표는 "앞으로 전쟁은 이념이 아닌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 불안 때문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나라는 식량 안보를 위해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1959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에서 성장했으며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재학 당시 야학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총학생회 간부로서 교내외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10개월간 감옥 생활을 했다.


그는 이후에 불교 정토회 활동을 거쳐 환경 생태주의 운동, 생명 운동을 활발히 해왔다. 2002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4년간 주민 지원 활동을 펴기도 했다. 그는 45년간 급여가 거의 없는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을 멈추지 않고 지속했다.




유정길 대표와 부인

[본인 제공]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 하루에 7천∼1만보 정도 걷는다. 전철 안에서 걷기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지하철 3호선 종점인 대화역 근처에 있는데, 그곳에서 타면 구파발에 도착할 때까지 전철 안에서 걸을 수 있다, 구파발부터는 승객이 많아서 걷기 힘들다.


-- 삶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 현존일념(現存一念)이다. 과거 일과 미래 일을 생각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괴로움은 과거에서 오고, 걱정은 미래에서 온다고 한다. 두 근심을 털어버리면 현재의 삶이 즐거워진다.


-- 부인은 어떻게 만났나.


▲ 아내는 대불련(전국대학교불교학생연합) 활동을 하면서 정토회에 참가했다. 그때 아내를 만났고, 아내가 청혼했다. 나는 원래 불교 쪽 사람이 아니어서 나한테 색다른 분위기를 느낀 게 아닌가 싶다. 아내도 대학생 시절에 사찰에서 야학 활동을 했는데, 그로 인해 '사원화 운동'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


-- 사원화 운동이란 무엇인가.


▲ 사찰을 기반으로 노동자와 지역공동체를 돕고 지원하는 민중불교운동이었다.


-- 결혼에 대한 반대는 없었나.


▲ 장인어른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는데 보수적인 분이었다. 학생운동을 하는 셋째 딸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 내가 처음에 장인어른께 인사하러 갔더니 예비 사위가 생각보다 멀쩡해 보여 안심하신 듯했다. 당시 나는 아버지가 안 계셨기 때문에 장인어른을 친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잘해 드리려고 노력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의 사춘기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생전의 아버지를 힘들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많았다.




간담회 하는 법륜 스님

2022년 11월14일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이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세원 기자]


-- 존경하는 사람은.


▲ 나의 스승이자 도반(함께 수행하는 벗)인 법륜스님이다. 스님은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신 분이다. 나는 1990년대 생명 운동을 하면서 김지하 선생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는 선배도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자신의 수익으로 문화인들의 공연을 지원하신다.


-- 법륜 스님은 어떤 분인가.


▲ 스님은 역사나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할 때 깊고 명쾌한 통찰력을 주셨다. 내 삶의 중요한 대목에서 지혜를 주신 분이기도 하다. 한번은 내가 어떤 단체내 사람과의 관계에서 매우 힘들어한 적이 있었다. 그때 법륜 스님은 그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그 단체에서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이 100을 요구하면 150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 100을 요구했을 때 80이나 90을 하면 그의 압박 때문에 계속 허덕이게 된다고 했다. 150이나 200을 하면 그 일은 자기 일이 되고, 그 사람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고 했다. 부부의 경우도 서로 50대 50을 하는 것은 기계적 평등이지 진정한 평등은 아니라고 했다. 서로 최선을 다해서 70∼80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평등이 완성된다고 했다. 불평등을 통해 평등이 완성된다는 말씀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줬다.




기자회견문 낭독하는 한제아 어린이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 변론일인 2024년 5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청소년기후소송·시민기후소송·아기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종진술자인 한제아 어린이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한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소송 마지막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사진]


-- 기후 위기에 대해 사람들의 걱정이 많은 듯하다.


▲ 젊은이들에게는 태어난 죄 밖에 없는데, 기성세대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 정화해야 한다.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에콜로지컬 그리프(Ecological Grief)라는 기후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 청소년기후행동을 비롯한 단체들이 2020년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청소년들은 태어나자마자 기후 위기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어른들과 역대 정책 결정권자들이 유발한 것이다. 청소년들은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책임을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송은 정부와 정치권, 기성세대들이 실질적으로 행동하도록 촉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 정부가 2020년에 발표한 바로는 2030년까지 탄소 발생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고, 2050년까지는 제로로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2030년 이후에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 청소년들은 이런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태안화력발전소

[태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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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위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대부분의 학자가 기후 위기라는데 동의한다. 현실적으로 기후로 인한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은 폭우로 큰 피해를 보기도 하고, 태평양의 폴리네시아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년에 2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대구에서 사과가 생산됐는데, 지금은 강원도 횡성까지 올라왔다.


--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비중이 산업화 이전의 0.028%에서 현재 0.04%로 올라간 것이 기후 위기의 요인이 될 수 있나.


▲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지구 온난화의 요인이라는 것에는 다양한 물리학적 근거가 있다.


-- 1100년 1200년, 1300년 중세 온난기 때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70%에 불과했지만, 지구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는데.


▲ 현재 위기는 이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소수의 사람이 있다.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계속 사용해도 된다는 주장인데, 이들은 그 산업과 연관된 학자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석유, 석탄, 우라늄 등 지하자원을 무한정 채굴해 쓰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구는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10만년간 후손들에게 방사능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태백지역 풍력 발전기

[촬영 배연호]


-- 지하자원은 과거에도 많이 사용하지 않았나,


▲ 산업혁명 이전에는 나무, 물 등 지상 자원을 썼다. 자연적으로 재생되거나 정화됐던 자원들이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땅속에 있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우라늄 등을 채굴해 쓰기 시작했다. 이들 지하자원은 무한정 채굴해 사용할 수 없다.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태양이나 바람은 천상 자원이다. 이들은 태양계가 존재하는 한 무한하며, 수입할 필요 없이 모두 무료이다.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 재생 에너지인 풍력, 태양광, 조력 등은 지속적이지 않은 '간헐성'의 문제가 있고, 전기료도 화력발전에 비해 3∼5배나 비싼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 비용은 점차 싸지면서도 효율은 높아지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태양광 설치비용이 10분의 1로 떨어졌고, 성능은 10배로 늘었다. 중국도 엄청난 속도로 태양광을 늘리고 있다.




2017년 12월 버려진 학교 안에서 살고 있는 시리아 내전 난민들

[EPA]


-- 기후 위기로 인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 식량 문제다.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이 20%다. 식량 자급률은 46% 정도다. 이상 기온으로 외국에서 식량 생산이 제대로 안 되면 식량 확보에 문제가 생긴다. 코로나 사태 당시 러시아와 베트남이 식량 수출을 중단하자 이들 나라로부터 식량을 수입하던 나라들에서 난리가 났다. 우리가 반도체를 구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큰일이 생기지 않지만,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의 문제가 된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 식량문제는 나라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을 듯한데.


▲ 시리아 내전도 기후 위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본다. 가뭄이 발생하면 곡물 생산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식량을 찾아 이동하다 보니 다른 지역 사람들과 마찰이 생긴다. 이는 전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앞으로 거의 모든 전쟁은 기후 변화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


▲ 한국에서는 농업이 정책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 지금은 주로 노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그 자녀들은 농업에 종사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물려받은 농지를 팔아버린다. 귀농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남한 내 일정 비율의 땅을 절대적 농지로 확보하는 정책과 농가에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정책을 통해 사람들을 농업으로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스크 쓴 시민들' 코로나19 확산 우려

2024년 8월1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내원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조남수 기자]


-- 코로나를 비롯한 각종 전염병도 인류가 자초한 것인가.


▲ 사람들이 자꾸 자연을 개발하니 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게 된다. 어느 정도의 공간이 있어야 포유류를 비롯한 생명체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데, 서식지가 좁아지니 사람들한테 자주 노출된다. 모든 동물은 야생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갖고 있다. 이런 동물들이 사람과 접촉하게 되면서 동물한테만 걸렸던 병들이 사람들한테 옮겨오게 됐다. 인수공통 감염병이 확대되는 이유다.


-- 기온 상승으로 바다의 생태계도 바뀌나.


▲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바다 생태계에 교란이 생긴다. 바다에는 가장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는데, 갑자기 수온이 올라가면 적응할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집단으로 죽게 된다. 바다의 기온 상승은 해류와 대류에도 교란을 일으킨다. 여러 가지 기상 이변이 발생하는 이유다


-- 지구의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목표인데, 그게 가능한가.


▲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봐야 한다.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미리 판단해서 포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다.


-- 한국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 영국의 한 시민단체는 한국을 세계 4대 기후 악당 중 하나라고 했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4위다. 한국은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0∼11위 정도인데, 그만큼 기후 문제에 책임이 있는 나라다. 정부가 기후 위기를 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자리, 경제살리기에 매몰되다 보니 기후 문제는 뒷순위로 밀린다. 이제 한국 정부도 환경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야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재지원 이은도 김연수 장종우 인턴 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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