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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더워도 끼니 때워야지"…뙤약볕서 무료급식 기다리는 노인들

입력 2024-08-07 0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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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에 6시간 이상 대기하기도…"더위에 자리싸움도 잦아져"


전문가들 "생명 위협할 수도…서늘한 곳에서 햇빛 피할 수 있어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무료급식 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6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무료급식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4.8.6 stop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서울에 폭염경보가 일주일째 이어진 지난 6일 오전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는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온 노인들이 곳곳에 줄 서 있었다.


높은 습도에 내리쬐는 열기로 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날씨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줄은 더 길어져 오전 10시 30분께에는 삼일문 앞 인도 100여m를 가득 메웠다.


이날 오전 7시께부터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는 80대 이모 씨는 "음식이 동나면 건빵을 주긴 하는데 그걸로는 끼니를 때울 수 없으니 더워도 일찍 와서 기다린다"며 부러진 부채를 연신 부쳤다.


버려진 박스를 방석 삼아 이씨 옆에 앉아 있던 김모 씨는 "기다리다 더위 먹는 사람도 여럿 있을 것"이라며 "날이 더워 사람들이 예민해서 그런지 자리싸움도 더 많아졌다"고 했다.


이날 탑골공원 인근에서 만난 이들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6시간 이상 실외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린다고 입을 모았다.


신모(71)씨는 "날이 더워도 공짜 밥을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며 "다 같은 마음으로 여기 나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 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6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4.8.6 stopn@yna.co.kr


대기 줄에 서 있던 이들 일부는 가방으로 자리를 맡아두고 그늘로 몸을 피하기도 했지만 배식 시간이 다가오자 혹여나 순서를 뺏기거나 놓칠까 봐 뙤약볕 아래에서 30여분을 기다렸다.


손에 부채, 햇빛을 가리기 위한 우산 등을 저마다 들고 있었지만 얼굴과 목에는 땀줄기가 계속 흘러내렸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 봉사자는 "날이 덥지만 새벽 6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는 건 여전하다"며 "아침 8시, 10시로 나눠 총 320명에게 무료급식을 하는데 요새는 기다리다 더위라도 먹을까 봐 2차 급식의 경우 시간과 상관 없이 되는대로 기다리는 분들을 안으로 들여보낸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3.5도.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70∼80대 고령자들이 오랜 시간 야외에 줄을 서는 상황이 반복되자 서울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부터 탑골공원 내에 '양심 냉장고'를 설치·운영하며 평일 오전 11시부터 시원한 생수 300∼400병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에도 냉장고 문이 열리자 무료급식을 기다리던 이들이 순식간에 냉장고 앞으로 모여들면서 생수 400병이 11분 만에 소진됐다.




탑골공원 내 서울시 '양심 냉장고'에서 생수 가져가는 사람들

[촬영 김정진]


전문가들은 고령층 온열질환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생수 나눔만으로는 위급한 상황을 예방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온도조절 능력이 상당히 저하돼있어 온열질환에 취약하다"며 "몇 시간씩 밖에 서 있게 되면 언제 쓰려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1천810명,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7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자의 32.5%(589명)는 65세 이상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년층의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며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쉼터 등 서늘한 곳에서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하거나 무료급식 시간을 기온이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오전 11시 이전으로 앞당기는 등 노인들이 뙤약볕에 서 있는 상황 자체를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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