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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직후 군경에 희생된 故 이상규 소령 아들 인터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요청…"父 원통함 풀 마지막 기회"

[이동춘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진실 규명이 돼 (언젠가 하늘에서 뵐) 아버지께 큰절 한번 하고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했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50년 군경에 희생된 고(故) 이상규 소령의 아들인 이동춘(76) 씨는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목이 멘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소령은 1948년 이른바 '해상인민군 사건'으로 체포돼 마산형무소에 수감돼 있다가 한국전쟁 직후 처형됐다.
유족에 따르면 1948년 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당시 해군의 진압 책임자였던 이 소령은 해병대 창설을 처음 제안한 인물이다.
일등 항해사로 일했던 이 소령은 역시 선장으로 일했던 박옥규 전 해군참모총장의 제의를 받아 1946년 해군에 입대했다. 봉급은 4분의 1밖에 안 됐지만 해방된 나라를 지키겠다는 이 소령의 각오는 결연했다고 한다.
여순사건이 일어나자 이 소령은 임시 해군 정대사령관으로서 진압 작전에 투입됐다. 날아오는 총탄이 이 소령의 귀에 스치면서 귓바퀴가 떨어질 정도로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
이 소령이 해병대 창설을 기안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2004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펴낸 '6·25 전쟁사'는 "여순 작전에 참여했던 이상규 소령이 손원일 해군총참모장에게 보고한 작전결과보고서에서 육전대(육상전투부대)의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중령 진급을 앞두고 있던 이 소령은 병조장 이항표가 조직한 '해상인민군'이라는 반란 단체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1948년 12월2일 돌연 연행됐다. 그 해 10월22일 헌병대 영창에 갇혀있던 이항표에게 탈출 계획이 적힌 비밀 편지를 받은 뒤 바다에 버렸다는 것이었다.
아들 이씨는 "체포된 지 약 5∼6개월 동안 가족은 행방조차 전혀 몰랐다"며 "아버지께서 얼마나 고문을 심하게 받으셨는지 면회하러 온 아내도 잘 분간하지 못하셨다더라"고 전했다.
이 소령은 해양경비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7월 출소를 앞두고 처형됐다.
2009년 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진해해군헌병대와 마산육군헌병대가 이 소령을 포함해 마산교도소 재소자 296명을 학살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만주군 출신 장교들이 전공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또 다른 피고인의 판결문에서는 비밀 편지를 1948년 10월23일 전달했다고 기재되는 등 전달과 수령 일자가 일치하지 않기도 한다.
"제가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아버지께서 체포되셨습니다. 점쟁이가 '배 속의 아들이 죽으면 남편이 살아 돌아올 것이고 아들이 살면 남편은 죽을 것'이라고 했대요. 결국 그 말대로 이뤄졌잖습니까. 그 점쟁이의 말이 지금까지 절 괴롭히고 있습니다."

[촬영 최원정]
경남 양산시에 사는 이씨는 2011년 어머니가 숨진 뒤 10년간 관련 자료를 모아 2021년 7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 개시를 결정했으나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나이와 오랜 지병 등을 감안했을 때 이번이 아버지의 원통함을 신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하는 서한을 진실화해위에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이달 초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개봉 후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 움직임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씨는 "뉴라이트 세력이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역사를 왜곡하고 비틀려 하는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초대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를 잘했다면 북한 같은 세습 독재 왕조가 발붙일 틈이라도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어머니께서 면회에 다녀오셔서 '배 몰고 남태평양에서 고래나 잡으러 가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군에 입대했느냐'고 통곡하셨대요. '공만 뺏으면 됐지 무슨 사람 목숨까지 뺏어가느냐'고 늘 말씀하곤 하셨죠. 우리 모자가 마음의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주길 바랄 뿐입니다."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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