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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2심 판결문에 진술 번복·구체화 내역 상세 적시
여론조사 의뢰 동기도 인정 안해…특검 측 증거 일부 "위법수집"

[공동취재·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2심 재판부는 명태균씨의 진술을 사실상 유일한 직접 증거로 지목하고 그 진위를 하나하나 따져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명씨는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진술이 구체화하거나,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기존 진술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을 내놓아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에 사건 당시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별다른 동기도 없었다는 판단까지 종합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된 오세훈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판결문에 각 혐의사실과 관련한 명씨의 진술 내용과 이를 신빙할 수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재판부는 "명태균은 처음 오세훈을 만난 시기, 김한정과 처음 통화한 일시와 그 내용 등에 대해 당초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이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 특검에서 이들 증거에 맞춰 진술을 번복하면서도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한 부가적 사정까지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그 예시로 명씨가 작년 3월 6일 창원지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으며 한 진술을 들었다.
당시 검사는 카카오톡 대화를 제시하며 오 시장을 만난 시점이 종전 주장과 같은 2020년 11월 29일이 아니라 2020년 12월 9일이 아닌지 물었다.
명씨는 이에 "네 그렇습니다. 2020년 12월 9일 오세훈을 만난 것이네요. 돌아가서 생각하니 반기문을 만난 이후 오후에 김진태를 만나기 전 오세훈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반기문을 만난 이후 김영선과 함께 택시를 타고 중국집을 갔고, 김영선이 당시 카드를 긁은 게 생각났습니다. 그 카드 색깔이 보라색 계열이었습니다. 그 중국집은 만두를 잘하는 곳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또 명씨가 2023년 3월 11일 창원지검에선 "2021년 1월 22일자 비공표용 여론조사는 오세훈이 의뢰해서 한 게 아니다. 김종인을 위해서 한 것으로 보인고 오세훈을 만날 때니 컨설팅을 하기 위해 스스로 해본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이후 이 여론조사 시기에 맞춰 오 시장으로부터 당일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고 말을 바꿨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명씨가 오 시장의 혐의와 관련해 최초로 진술한 2024년 12월 4일에는 "오세훈이 장복터널을 지날 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정도로만 말했다가 그 내용이 점점 상세해진 점도 조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명태균은 장복터널에서의 통화 내용에 관해 2025년 4월 29일 진술서를 작성하며 4차례 통화 내용을 개별적으로 구분해 진술했는데, 통화가 이뤄진 지 4년여가 지난 시점에 그 기억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태균의 진술 특성상 이 부분 또한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음에 따라 자기 혐의에 대한 유불리나 개인적 감정 등이 개입된 상태에서 재구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씨는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 자료를 제공했는지에 대한 진술도 추후 번복하며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덧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당초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 자료를 전달한 적 없다고 했다가 작년 4월 서울고검 조사에선 "시사포커스 인터뷰 후 오세훈의 차에서 미래한국연구소 자체 조사 자료를 하얀 대봉투에 넣어 전달했고, 이동하는 검은색 카니발 차 안에서 여론조사의 의미만 간단히 설명해줬고, 오세훈이 여론조사 자료를 차에 꽂으며 운전기사에게 '나중에 볼 거니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여론조사 자료를 담은 봉투가 흰색 시사경남 봉투인 것도 떠올랐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명태균은 단순히 며칠간 기억을 반추하며 떠올렸다고 하지만 쉽게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1심 재판부 역시 명씨의 진술에 믿을 수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오 시장이 당시 경쟁자였던 나경원 후보에 앞서는 여론조사를 기대했다며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고, 이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2심은 "오세훈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명태균을 통한 여론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정반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당시 나 후보를 이길 수단을 모색할 동기는 있어 보이나 이는 선거 후보로서 당연히 가지는 정치적 동기일 뿐, 돈을 주고 불법 여론조사를 할 동기로 보기엔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명씨가 오히려 오세훈 시장에게 불리하게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는 동업자 강혜경씨의 진술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씨는 수사 기관과 1심 법정에서 "오세훈이 1위로 나온 조사가 있었는데 나경원이 1등 한 것으로 바꾼 조사가 있었다"며 "그 무렵에 강철원(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명태균에게 '조사 안 해도 우리가 1등이다'라고 말하던 시기여서, 명태균이 '오세훈 1등 하는 조사를 가져다주면 안 된다. 건방지다'라면서 오세훈에게 불리하도록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한 경우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점을 종합해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6.10.23 [서울고등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한편 2심 재판부는 특검팀이 제출한 일부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창원지검이 2024년 9월 30일 강혜경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속 전자 정보는 오세훈 시장 사건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검찰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관한 영장에 근거해 휴대전화를 압수했는데, 이와 무관한 오 시장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하려면 새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각 범행에 명태균이라는 사람이 공통된다는 사정만으로 관련성을 인정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휴대전화에는 김한정씨가 강씨에게 '오 시장 캠프 쪽의 주선으로 명태균씨를 처음 만났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이 담겼고, 특검팀은 이를 김씨의 여론조사 대납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은 이 녹음 파일을 적법한 증거로 인정했었다.
이에 이 증거의 적법성이 상고심에서 유무죄 판단을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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