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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향한 30년 사랑…그 후손까지 이어가야죠"

입력 2026-10-10 08: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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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철 UNPK 회장, 참전용사 생활고 담은 다큐 본 뒤 후원 결심


현지 학교 설립·주택 보수 등 지원…"선한 활동 이을 분 찾았으면"




신광철 한국전쟁참전국기념사업회(UNPK) 회장

[촬영 양지웅]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30년 전 시작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원 활동을 이렇게 길게 하게 될 줄 몰랐죠.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래 해 본 일인데, 보람 속에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올해 6월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아리랑을 불러 화제가 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의 방한에는 신광철 한국전쟁참전국기념사업회(UNPK) 회장의 수고가 있었다.


신 회장과 에티오피아의 첫 인연은 196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춘천시민들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강뉴부대의 희생을 기리고자 공지천에 참전기념비를 건립했고, 하일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는 제막식에 참석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신 회장은 학생 대표로서 황제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황제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을 품었다.


이후 1975년 군에 입대한 그는 신문에서 '에티오피아 공산혁명으로 황제가 살해당했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춘천 찾아온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월드투게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간이 흘러 40대가 된 그는 해외 무역 사업을 하며 춘천지역 로타리클럽에 가입해 봉사의 기쁨도 점차 배워가던 중 1995년 6월, 인생을 바꾸게 된 다큐멘터리를 TV에서 만나게 됐다.


6·25 특집으로 다뤄진 방송에는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이 1974년 공산화 이후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까닭에 민족 배신자로 낙인찍혀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에 신 회장은 지역 로타리클럽 간부 18명을 불러 해당 방송을 다시 보며 함께 후원에 뜻을 모았다.


같은 달 29일 신 회장은 서울 한남동에서 주한 에티오피아대사를 만나 후원의 뜻을 전했고, 춘천에서 로타리클럽 체육대회를 열어 2만여달러를 모았다.


이후 여러 기관, 단체에서 성금이 이어져 총 10만여달러가 쌓였다.


참전용사들을 후원할 방법을 찾고자 현지를 찾은 신 회장은 비참한 현지 실정에 말문이 막혔다.


이들이 사는 '코리안 빌리지'에 비하면 쪽방촌은 아늑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우기가 되면 하천이 넘쳐 물이 들어차기 일쑤였고, 수도시설은커녕 창도 하나 없고 좁은 집에 대여섯명씩 구겨져 사는 삶은 현장을 찾은 이들이 눈물을 쏟게 했다.


이에 신 회장은 1996년 6월 20일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후원회를 결성했다.


여러 단체가 중구난방으로 돕는 것을 피해 효율적으로 현지를 후원하고자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초대 후원회장은 당시 라디오 '여성시대'를 진행한 배우 손숙이 맡았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원회, 아디스아바바 사무실 개소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듬해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2천여명 규모의 후원자는 50명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신 회장은 사재를 털어서라도 후원회 활동을 이어갔다.


후원회가 참전용사들을 돕는 방법은 생활비 지원·주택 보수·교육 활동·일자리 창출 등 크게 4가지로 나뉘었다.


특히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자전거 조립 공장, 카펫 공장 등을 설립해 이들에게 소득원을 마련해줬고, 국제 비정부기구(NGO), 코이카 등과 함께 10만달러를 들여 하천 제방 공사를 진행해 우기 범람을 막았다.


참전용사들을 향한 한국의 관심이 이어지자 현지 정부도 코리안 빌리지 도로 정비와 참전 연금 지급 등 움직임을 보였다.


또 한반도 공산화를 막기 위해 젊음을 바친 노병들이 남은 삶이라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주택 보수에도 힘을 쏟았다.


후원회는 2008년 참전용사 주택 개량사업을 시작해 올해까지 총 137채의 개·보수를 마쳤다.


1동당 평균 5천달러가 드는 이 사업은 아산문화재단과 한전 MCS, 대한민국해양연맹 등에서 큰돈을 후원해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로 구성된 '강뉴합창단'의 시작 역시 신 회장이 함께했다.


10년 전 현지 학생들에게 한글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고자 한국노래를 함께 부르던 수업이 합창단 구성으로 이어졌고,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의 개천절 행사서 공연을 시작으로 점차 여러 무대에 서며 실력이 자라게 됐다.


이들은 LG그룹의 후원으로 올해 6월 24일 한국을 찾아 전국을 돌며 공연을 펼쳤고, 7월 27일 국가보훈부가 주최한 유엔참전의날 행사에서 마지막 무대를 선보이며 3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6·25 참전 에티오피아 용사 후손들, 춘천서 공연 펼쳐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에 함께 한 참전용사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으로 여러분들은 우리의 희생에 대한 보답을 다 했다"며 "우리가 피 흘린 나라가 잘살게 된 것은 우리의 기쁨이며, 하나 바라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도 잘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곧 7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신 회장은 6·25 참전국인 에티오피아에 세종학당과 한국문화원이 세워지는 것을 위해 헌신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이와 건강이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올해 초 암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 중이지만, 장시간 비행이 점차 힘겨워지는 까닭이다.


이에 한국을 향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보답하는 데 뜻을 이어갈 사람을 찾고 있다.


신 회장은 10일 "30년 동안 털어온 사재를 헤아려보니 총 40억원가량이 됐다"며 "이는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닌 것이라 여기고 있으며, 나는 물론 우리 가족이나 사업체 직원들도 이를 하나도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직원들의 든든한 지지에 늘 감사하다"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후원들을 위해 내 뒤를 이을 뜻이 있다면 언제든지 한국전쟁참전국기념사업회로 연락해달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례하는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참전용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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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0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