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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일베금지법' 제동…표현의 자유 vs 처벌해야 할 혐오

입력 2026-10-0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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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신중 재검토' 의견에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의견도




국가인권위원회

[촬영 홍해인] 2022.4.4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양수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른바 '일베금지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이런 의견을 표명하기로 지난 1일 의결했다.


지난 6월 발의된 해당 개정안은 국가적·사회적 사건의 희생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모욕·조롱·비하 등의 표현을 불법 정보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롱·혐오 정보를 반복 게재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 추가됐으며, 이를 방치한 사이트에 대해서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삭제,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담겼다.


인권위는 법안이 규제 대상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과잉 차단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조롱·혐오 정보를 불법 정보 유형으로 신설하고, 이를 이유로 이용자를 형사 처벌하거나 플랫폼을 제재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미디어심의위원회 역시 해당 법안에 대해 "'조롱·혐오' 개념은 명확한 판단의 근거가 없어 규제 대상을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며 "게재자에 대한 처벌 및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위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검토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당 법안 발의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당시 불거진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 조롱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 열린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일부 방문객이 일베 티셔츠를 입고 노 전 대통령 동상 옆에서 고인을 조롱하는 손가락 모양을 취한 채 사진을 촬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 등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희화화 표현,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조롱·비하 표현 등은 심각한 수준의 모욕적 언사 또는 집단적 희화화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 지역이나 집단, 역사적 사건을 조롱하는 혐오 표현은 최근 10대 사이에서 놀이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발표한 '혐오·역사 왜곡 표현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했다는 교사는 10명 중 9명에 달했다.


교사 가운데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을 경험했다는 교사는 88.9%였으며, 청소년의 경우 51.2%가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죽음·사고·비극을 조롱하는 콘텐츠를 한 차례 이상 접했다고 답했다.


역사적 사건이나 희생자를 조롱하는 표현을 봤다는 응답도 46.8%에 달했다.




봉하마을에서 '일베' 의미하는 손가락 포즈 취하고 사진 찍는 방문객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사건의 피해자·유가족을 희화화하는 표현 역시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인권위는 '재검토' 의견을 전달하면서도 국가 폭력이나 사회적 참사 등을 겪은 당사자와 유가족에 대한 조롱·혐오 표현은 별도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 규제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참사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표현과 공적 인물에 대한 표현을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원식 동덕여대 ARETE교양대학 교수는 "조롱과 혐오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민감한 문제"라며 "어디까지가 조롱이고 어디까지가 혐오인지는 정의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표현의 대상에 따라 규제의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홍 교수는 "대통령이나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해서는 폭넓게 자유를 허용해야 하지만, 참사 희생자 등 사회적 약자는 스스로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기에 표현의 자유가 제약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인에 대한 표현과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표현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우선되는 원칙 중 하나는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규제와 자유 보장의 균형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정당한 비판까지 제재의 대상이 될 경우 사회적 논쟁이나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시민 기억식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6일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빛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시민 기억식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2026.4.16 yatoya@yna.co.kr


lyn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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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4 12: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