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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보다 공급망 안전·에너지 안보 챙기기 급선무

[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6개월을 넘겼는데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풀리지 않자 미국이 한국에 파병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파병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이 고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측은 해상부터 육지까지 주요 군사시설을 겨냥한 공격과 보복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와 아덴만 사이에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주 홍해 연안 항구 도시 모카와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을 장악한 데 이어 하니시섬까지 통제권을 확대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동서 관통 육상 원유 수송망도 위협받고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 소행으로 보이는 드론 공격으로 송유관이 파괴돼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전쟁이 사우디와 홍해로 번진 것이다.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 파손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됐으나, 미국은 사우디의 군사적 긴급 지원 요청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가장 믿었던 동맹인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선을 그으면서 사우디는 홍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집트에 구원의 손짓을 하고 나섰다. 이집트도 후티 공격 여파로 수에즈운하 수익이 급감한 상태라서 호응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집트는 1960년대 북예멘 내전 당시 수만 명을 파병했다가 예기치 않은 산악 게릴라전에 말려 대규모 희생자를 낸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사우디의 군사 개입 요청에 이집트가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이란전쟁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 주춤하는 사이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이 에너지 수송로를 잇달아 압박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응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 사우디 송유관 등 주요 수송로 3곳이 위기를 맞으며 세계 경제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한국이 파병을 한다 해도 제한적 임무 설정도 어렵고 지휘 체계도 모호해질 수 있다. 미국과 사우디 간 동맹의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의 전쟁에 휘말린다면, 그에 따른 안보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유 수송선의 항행 안전과 글로벌 공급망 수호라는 측면에서 기여하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는 있다. 국가적 에너지 수급 문제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지역 교민의 안전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개혁진보 4당 의원들이 17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결의안, 즉각 통과"를 주장하는 피케팅을 하는 가운데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6.9.17 scoop@yna.co.kr
전투 임무를 띤 파병은 국익 수호를 위한 국제 공조와 분명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비전투 임무도 국군의 해외 파견에 해당할 수 있다. '파병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임무·목적·작전 범위의 군사적 기여인가'가 핵심이다.
파병이 한미 동맹과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제5조의 가치에 비춰 봐도 섣부른 판단으로 명분도 없는 전쟁에 참전했다는 역사적 오점이 될 공산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도 오늘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서는 성급한 결정보다 중동 정세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국민 의견을 충분히 모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동의 불길 앞에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군사적 개입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원유 수송로를 지키고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적 국제공조 방안을 찾는 것이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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