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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프랑스 첫 허가 후 38년 만에 국내 도입 추진
산부인과학회 "입법 없이 약물만 도입하면 의료현장에 책임 전가"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16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정부가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의료계는 법적 공백과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의료계는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 도입이 추진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은 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 유감을 표하며, 임신중지 약물이 도입되더라도 현장에서 사용하려면 '실질적인' 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국내에 도입이 추진되는 임신중지 약물은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품목 허가·심사가 진행 중이다.
복지부는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관리하되, 부작용과 안전성 검토 등을 거쳐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안을 내놨다.
통상 '미프진'이라는 제품명으로 더 잘 알려진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은 1988년 프랑스에서 최초 허가돼 2024년 기준 약 10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필수의약품으로 등재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미허가 의약품이어서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2019년 4월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 후 입법 공백이 지속되는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임신중지 약물의 불법 유통이 횡행한 것도 정부의 '정식' 도입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의료계는 입법 없이 정부 주도로 도입, 허가가 추진되는 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있다. 제도 미비의 부담을 의료 현장과 여성에게 전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최안나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이사장(강릉의료원장)은 "헌법불합치에 따른 법 개정을 하지 않은 채 약물만 도입하는 건 가장 무책임한 방법으로 낙태 문제를 종결하려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법적 공백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다 떠넘기고 있는 게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김희선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사무총장 겸 안전한임신중절위원회 간사(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역시 법 개정이 선행돼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으리라는 취지의 의견을 보탰다.
김 부사무총장은 "안전한 임신중절위원회에서는 법 개정이 우선으로 이뤄지는 게 최선이되, 그렇지 않으면 동시 추진이라도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불가피하게 도입된다면 약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사전·사후 관리는 물론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사용 대상을 임신 9주 이내로 제한하고, 2년간 의료기관 안에서 의사가 처방·조제하도록 하는 조건을 걸었지만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약물을 사용하는) 임신 주수를 제한하고 원내에서 처방하더라도 비급여 의약품 특성상 충분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24시간 상담할 수 있는 등의 안전관리체계가 반드시 도입된 후에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역시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임신중지 약물 도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행정 지침만으로는 임신중지 의약품 문제를 풀 수 없으므로 국회의 입법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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