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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한국-중앙아 정상회의 앞두고 연합뉴스에 기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제1차 한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15일 연합뉴스에 한국과 중앙아시아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고문을 보냈다.
조 장관은 한국과 중앙아시아 관계가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협력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평화 안정은 물론 유라시아 공동 번영에도 양측 관계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신뢰와 호혜를 바탕으로 미래의 기회와 번영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장관 기고 전문.
『◇ 실크로드를 넘어 미래로: 한-중앙아시아 협력의 새로운 지평
오는 9월 16일 서울에서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대한민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의 협력 방향을 논의하는 역사적인 자리다. 이번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의 슬로건은 '함께 걷는 미래: 신뢰와 번영의 한-중앙아 파트너십'이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협력은 1992년 수교 이래 지난 30여년간 양측이 꾸준히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토대 아래 새로운 출발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오늘날과 같은 중앙아 국가들과의 지역 협력 틀을 본격화하기 이전인 2007년, 우리는 선도적으로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을 출범시켜 양 지역 간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2019년에는 협력 포럼을 장관급으로 격상하였고, 신북방정책을 통해 경제와 인프라, 인적교류 등으로 협력의 폭을 넓혀왔다. 이제 대한민국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중앙아시아 협력을 정상급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 금번 최초로 개최되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지난 30여년간 쌓아온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30년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서로의 발전을 잇는 최적의 파트너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교역량은 지난해 최초로 100억불을 넘어섰다. 교역 규모의 양적 성장에 더하여 교역 품목도 단순한 소비재 중심에서 공급망과 첨단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 한-중앙아 관계는 질적으로도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뛰어난 제조업과 기술 역량을 갖춘 대한민국과 풍부한 자원과 성장하는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안보 환경이 격변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전략자원과 핵심 광물 분야에서 중앙아시아의 잠재력과 한국의 첨단 제조ㆍ가공 역량을 결합한다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함께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번 정상회의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한-중앙아시아 간 협력의 다변화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대응 등 미래지향적 분야의 협력이 긴요해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는 중앙아시아 각국의 발전 전략과 선택을 존중하면서 실용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디지털 기술과 친환경 녹색산업에서도 양측의 강점을 연결한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한반도 평화와 유라시아의 번영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협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국가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유라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왔다. 또한 역내 국경 및 수자원에 관한 민감한 사안들도 최근 외교적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였고, 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를 창설하여 긴밀한 연대하에서 지역 안정을 구현하고 있다. 중앙아 5개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관련 우리측 입장을 지속 지지해왔다. 한반도와 중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 유라시아 공동번영의 토대라는 점에 공감하며 이를 위한 협력을 이어 나가고자 한다.
◇ 함께 걷는 미래: 사람과 문화가 만드는 신뢰
중앙아시아와의 관계가 우리에게 특별한 데에는 31만여명의 고려인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고려인은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이어주는 소중한 가교이자, 양측의 오랜 인연을 상징하는 존재다.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남아있는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를 함께 보존·관리하는 등 역사적 유산을 공유하고 기억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내년은 고려인 정주 90주년으로 우즈베키스탄 정부와의 협력하에 '고려인역사박물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우호적인 정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인과 재외국민 5천여명,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중앙아시아 유학생과 산업인력 15만여명은 양측을 잇는 또 하나의 든든한 연결고리다. 이러한 교류와 협력은 양측은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양측 관계의 토대를 더욱 단단할 것이다. 사람이 이어지고 문화가 오갈 때 협력은 일회성 사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과거 실크로드는 사람과 물자. 지식과 문명을 연결했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그 길을 이어주는 것은 과거의 낙타와 마차가 아니라, 신뢰와 기술, 사람과 문화, 그리고 공동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과거 실크로드가 동서의 문명을 연결했다면, 이제 대한민국과 중앙아시아는 신뢰와 호혜를 바탕으로 미래의 기회와 번영을 연결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서 있다. 실크로드를 넘어,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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