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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기 고의 보기 어려워", 농식품부 "애견호텔 방치 행위도 유기"
업체는 보호비·관리책임 떠안아…국회 농해수위, 관련 법 개정안 의결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세린 기자 = 반려동물을 애견호텔이나 동물병원 등에 맡긴 뒤 장기간 찾아가지 않아 사실상 유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유기 행위의 적용 범위가 공공장소 중심으로 해석되면서 수사기관과 관계기관의 판단이 엇갈리고, 위탁업체가 보호 비용과 관리 책임을 떠안는 등 법적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 천안에서 애견호텔을 운영하는 A씨는 2022년 반려견 보호자 B씨로부터 반려견을 맡아 돌보기 시작했으나, B씨는 약 10개월분의 위탁비를 지급한 뒤 약 3년간 추가 비용을 내지 않은 채 연락이 끊겼고 반려견도 찾아가지 않았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는 B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위탁비는 지급하지 않아도 되니 반려견만 데려가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고, 이후에는 "제발 연락만이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끝내 답을 받지 못했다.
A씨는 B씨의 반려견이 밤새 짖는 일이 잦고 공격성을 보이는 등 다른 반려견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장기간 보호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동물보호센터에 인계를 문의했다.
이후 반려견의 내장형 동물등록칩을 통해 보호자가 확인됐고, 보호센터에서 유기 신고가 이뤄지면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다만 경찰은 반려견이 길거리가 아닌 위탁업체에서 계속 보호되고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B씨에게 동물을 유기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로부터 'B씨가 일용직으로 생활하며 형편이 어려워 위탁비를 지급하지 못했고 반려견도 찾아가지 못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동물보호법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위탁업체에 동물을 맡긴 뒤 찾아가지 않는 행위도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애견호텔에 맡겨진 뒤 보호자와 연락이 끊긴 다른 반려견의 유기 당시 모습과 입양 후 모습. A씨는 보호자를 수소문해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은 뒤 직접 입양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공장소 중심 규정…위탁동물 유기는 법적 사각지대
현행 동물보호법은 '유실·유기동물'을 도로·공원 등의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만 놓고 보면 호텔에 맡겨진 반려견은 소유자가 있고 위탁업체가 보호하고 있어 법에서 규정한 유실·유기동물에 곧바로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농식품부는 소유자가 유기할 의도로 위탁업체에 동물을 맡긴 뒤 찾아가지 않는 행위도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호자가 이사하면서 동물을 방치한 행위를 법원이 유기로 판단한 사례도 있다"며 "형사처벌과 관련해서는 수사기관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경찰에서는 유기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 사인 간 계약 문제로 보고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위탁시설에 장기간 방치된 동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황을 토대로 유기 의사를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인 김도희 변호사는 "반환 기간에 대한 약정 여부와 반복된 인수 요구에도 수년간 동물을 찾아가지 않은 점, 비용 미지급과 연락 두절 등은 유기 의사를 판단하기 위해 경찰이 조사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장기간 동물을 돌본 운영자에게 비용과 법적 부담을 떠넘겼다는 점에서 제도의 공백과 소극적 수사가 결합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진홍 건국대 스마트동물보건융합전공 교수는 "위탁업체가 임의로 동물을 보호센터 등에 인계한 뒤 소유자가 다시 찾아올 경우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로 소유자가 동물을 찾아가겠다고 해놓고 장기간 인수하지 않거나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도 손해배상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견이 장기간 호텔에 머물며 생활공간 변화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당 환경에 계속 방치돼 고통을 받았다면 동물학대에 해당할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농식품부는 이런 법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에서 유기 행위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유실·유기동물의 범위를 공공장소뿐 아니라 동물병원과 동물위탁관리업체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농식품부는 빠르면 올해 말까지 개정 절차가 마무리돼 공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도희 변호사는 "동물병원·호텔·미용업소·훈련소 등에 맡긴 뒤 약정 기간이 지나고 상당한 기간과 횟수의 인수 요청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인수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끊는 행위를 동물보호법상 유기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탁업체가 계약서와 인수 요청 기록, 비용 내역 등을 제출하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자를 확인·통지하고 일정 요건을 거쳐 해당 동물을 공적 보호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the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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