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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수장 러시아 방문 때 '피자 지수·둠스데이 비행기' 동시 이상징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피자 지수(Pizza Meter)는 미국 전쟁부(국방부), 백악관, 중앙정보국(CIA) 주변의 피자 매장에서 주문량과 방문 횟수가 이례적으로 폭증하는 현상을 근거로 군사 작전과 비상사태 임박 여부를 예측하는 지표다. 국가 기관이 공식 측정하는 건 아니고 '오신트'(OSINT·공개출처정보)를 활용하는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신뢰성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펜타곤 피자 지수로도 불린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피자 지수를 활용한 예측은 역사적으로 꽤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1983년 10월 24일 밤 11시부터 약 3시간 동안 펜타곤 인근 피자 매장에는 평소 2배 넘는 주문이 몰렸고, 몇 시간 뒤 미군은 그레나다를 침공했다. 피자 지수를 세계에 알린 사건이다. 1989년 12월 19일 밤에는 펜타곤에 배달된 피자가 평소 같은 시간대의 배 이상 급증했고, 다음 날 새벽 미군은 파나마를 침공했다. 1990년 8월 1일 밤에는 CIA 본부로 배달되는 피자 주문량이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 다음 날 아침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며 걸프전의 서막이 올랐다.
최근 사례를 보자. 과거엔 배달원 증언을 활용했지만, 요즘엔 구글 맵에서 실시간 통행량 데이터를 추적한다. 2024년 4월 13일 이란이 이스라엘로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기 몇 시간 전 펜타곤 인근 피자 매장 구글 트래픽이 '평소보다 훨씬 붐빔'으로 치솟았다. 작년 6월 12일과 22일엔 펜타곤 근처 피자 가게의 구글 트래픽이 평소보다 300% 넘게 급증한 뒤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는 속보가 잇따랐다. 올해 1월엔 미군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하기 전에 펜타곤 인근 피자 주문 트래픽이 폭증했다. 정부가 이를 역이용할 때도 있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을 앞두고 안보 당국은 기밀 유지를 위해 일부러 피자를 시키지 않았다.
피자 지수만큼 유용한 오신트 지표로 '둠스데이 비행기'(Doomsday Plane) 출몰 여부가 쓰인다. 공식 명칭인 '공중지휘통제기' 대신 '최후의 날'에 뜨는 비행기로 통칭하는 건 핵 공격 등에 지상 지휘부가 마비될 시 공중에서 핵전력과 국정을 지휘 통제하는 특수 임무기여서다. 대통령과 안보 관계 장관 등이 탑승하는 '공중 백악관' E-4B 나이트워치, 그리고 지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와 바닷속 핵잠수함(SSBN)에 핵 발사 신호를 직접 전달하는 '핵 발사 지휘기' E-6B 머큐리를 모두 둠스데이 비행기로 부른다.
미군은 E-6B 머큐리를 총 16대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평시엔 1∼2대 정도만 공중에 떠 있다고 한다. 만약 평소보다 많은 둠스데이 기체가 동시 전개되면, 이는 대체로 이상 징후로 간주한다. 민간 분석가들은 피자 지수가 급등한 상황에서 둠스데이 비행기가 동시에 여러 대 비행할 경우, 이를 군사적 긴장 상황 또는 비상사태를 예고하는 연관 신호로 받아들인다. 안보 당국이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동시에 공중 핵 지휘 대기 상황이 펼쳐지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상황이 실제 일어나 온라인 안보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일 본토 상공에 E-6B 머큐리 5대가 동시에 비행하는 광경이 민간 비행 추적 앱에 포착된 것이다. 또 같은 시점에 구글 맵 '실시간 통행량' 데이터 집계에선 펜타곤 인근 피자 매장 세 곳의 주문·방문 지수가 평소보다 수 배 넘게 급등했다. 두 지표의 움직임이 동시에 포착된 것만으로도 "핵 경보나 국가 비상사태 발령 아니냐"는 동요를 부를 만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고 했던가. 결국 그 시간에 초대형 안보 이벤트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이 이날 극비리에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해 러시아 안보 수뇌부와 긴급 회담을 한 것이다. 이번에도 피자 지수와 둠스데이 비행 지표는 신빙성을 입증한 셈이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CIA 수장의 극비 모스크바행이라는 긴박한 외교 상황에 따라 펜타곤이 비상 대기를 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러 압박과 무력시위를 위해 둠스데이 비행 태세까지 가동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는 틀에 박힌 일반론일 뿐 실제 어떤 배경과 기밀이 숨었는지 외부 전문가와 언론이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반대로 펜타곤이 비상령을 내리고 둠스데이 비행을 확대할 상황이었기에 CIA 수장이 긴급히 날아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일각에선 랫클리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사태와 관련한 '레드 라인'을 분명히 긋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찌 됐든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중동과 동유럽에서 군사 충돌이 동시에 진행 중인 현상을 타개하고 새 질서를 짜려는 강대국 간 모종의 물밑 거래가 속도를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규칙 제정자'(Rule Maker)가 아닌, 우리 같은 중견국(Middle Power)들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수상한 시절이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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