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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용인·북미대화 韓배제' 우려 속 한미 외교장관 통화
대미투자·호르무즈 통항 기여도 논의…트럼프 불만 해소 주력하나

(마닐라=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아세안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7.22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로 북한과 북핵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한미 외교 당국 간 긴밀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정부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와 달리 남북 대화가 단절돼 이전처럼 직접 북미 대화를 촉진하거나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 미국을 통해 정부 입장을 관철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24일 밤늦게 이뤄진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통화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다.
한미 외교장관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발표한 뒤로 처음인데 양 장관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조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북미 대화 재개와 한반도 평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 입장에서 이번 통화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대북 유화 메시지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북 접근법에서 한미 간에 보조를 맞추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패싱'이나 '북핵 용인' 우려를 불식하는 데도 목적이 있어 보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목표로 대화 재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북한도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수년간 멈춰있던 북미 대화의 시계가 언제라도 다시 움직일 태세지만,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 축소를 사전 협의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통보해 북핵 협상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으며,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일절 거부하며 한국이 북미 대화에 관여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적극 대화하면서 한국과는 대화를 단절하는 것) 전략은 예견됐지만, 동맹인 미국마저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과 논의하지 않고 결정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외교 당국이 강조해온 한미 대북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과 경제 문제 등으로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운 국면에서 대북 협상에서 조속한 외교 성과를 내기 위해 한국의 안보 우려를 경시할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통해 미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만 제거하고 북한의 나머지 핵 역량을 용인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목표가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면 그 행위 자체로 북한이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같은 국제사회의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받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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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핵화를 목표로 한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는 가운데 이번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한미 외교장관이 북핵 문제를 협의하면 관례처럼 들어가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월 22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과 지난 2월 3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비핵화 의제를 거부하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핵화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목표와 접근법을 설정한 비핵화 로드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정부가 북핵 역량을 일단 동결하고, 이후 감축과 폐기까지 나아가는 '3단계 비핵화' 구상을 미국 측에 여러 계기에 설명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전적으로 수용했는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3단계 비핵화를 제안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도 뭐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충분히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지향적 성향을 고려해 대미 투자나 이란 전쟁 지원 등의 현안에서 미국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더 기울이면 미국의 대북 정책에 정부 입장을 반영하기가 더 용이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축소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배경에는 북미 대화 촉진뿐만 아니라 한국이 대미 투자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등 미국의 관심사에 소극적이라 판단해 정책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통화에서 양 장관은 관세 및 투자 합의, 조선, 안보 협력을 비롯한 양국 간 다양한 현안 관련해서도 호혜적인 성과를 도출해 한미관계를 한층 더 격상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고 했다.
조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 기여 의지를 강조하면서 구체 방안에 대해 지속 협의하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양 장관은 가까운 시일 내에 직접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는데 정부는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대면 협의를 추진하려고 할 것으로 관측된다.
9월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이 그간 재촉해온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할 시점으로 예상한 시기이기도 한데 이때 북핵 문제, 대미 투자, 원자력 협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이 일괄 논의될 수도 있어 보인다.
한편 이번 한미 연합훈련 축소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외교 당국 간의 소통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이나 결정을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 한미 정상 차원에서 관계를 쌓으며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본과 함께 미국을 상대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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