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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민주주의 명운 걸린 선관위 수사

입력 2026-07-28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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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조작은 중범죄…철저 수사로 선거 신뢰 복원해야


선거 무결성 훼손 반복돼도 근본 개혁 없는 불감증이 문제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민주 국가의 존립 기반은 선거다. 선거 절차에서 작은 오류라도 생기면 결과는 신뢰를 잃고 민주정은 점점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 중대 업무를 맡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과실과 무능을 넘어 선거 관리 과정에서 고의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정황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지 부족 사태로 유권자 참정권을 침해한 데 이어 실시간 투표율 집계에서 전산상 수치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정황이 검경 합동수사단에 포착된 것이다. 듣고도 믿기 어려운 중대 범죄 혐의다.




중앙선관위 압수수색 마친 합수본

(과천=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3일 압수수색을 마친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들고나온 박스를 차량에 싣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와 송파구·강남구·서초구 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했다. 2026.7.23 [공동취재]


무엇보다 실무자들이 상부 승인은커녕 보고조차 안 하고 마음대로 수치를 조작한 정황은 심각하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란다. 대체 얼마나 기강이 무너지고 부패했기에 실무자급에서 이처럼 비상식적인 불법 행위를 겁도 없이 저지를 수 있는 걸까. 이런 걸 보면 평범한 국민은 상상하기 어려운 부정·비리가 평소 선관위 안에선 별 거리낌 없이 일어날지도 혹시 모르겠다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 불법과 부정을 감시해야 할 선관위가 불법 행위로 선거 정당성을 훼손한 건 '도둑에 곳간 맡긴 격'이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선관위를 해체 후 재건 수준으로 대수술해야 한다는 국민 요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선거일 실시간 공개하는 투표율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의사에 영향을 미치므로 선거 결과에도 작든 크든 반영될 수 있다. 만약 투표율 조작 혐의가 확정될 경우 선거 결과에 대한 정당성 시비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 한편에 이미 자리 잡은 부정선거 의혹을 키울 빌미도 제공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은 "투표율도 조작하는데 득표 현황을 조작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혼란은 선관위가 자초했다. 적어도 선거에 관련된 의혹은 소수의 의심이라도 국가가 나서 완벽히 해소할 의무가 있다. 선거는 무결성 원칙이 생명이고, 선거 불신은 민주정의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오랫동안 보인 행태를 돌아보면 지금까지 드러난 과오가 혹시 빙산의 일각은 아닐지 두려울 정도다. 현재 진행 중인 합동 수사와 이르면 다음 달 출범할 특검 수사에서 한 점 의혹 없이 모든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 그래야만 무너진 선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선거 무결성이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는데도 이를 위중하게 여기지 않는 듯한 민도에도 문제는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선거 관리에 근본적 변화가 없었던 건 개혁 시늉만 하고 넘어가도 국민들이 별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야,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특검 합의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특검법안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정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한 대표 직무대행,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2026.7.21 [공동취재]


투표율 조작 의혹 관련자들의 메신저 및 이메일 압수수색을 위해 합수본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건 계속 논란이 될 여지를 남겼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조직적 모의 여부, 지시 책임자 등을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란 점을 들어 법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나온다. 특히 초기 압수물 분석에서 "윗선에 보고하지 말고 숫자를 맞추자"는 결정적 증거 발언이 선관위 직원 간 메신저 대화에서 발견됐다는 점은 법원 비판론에 힘을 싣는다. 물론 법원이 과잉 금지 원칙에 따라 피의 사실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봤을 순 있지만, 선거관리 업무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소극적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는 특검 출범 시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에도 힘을 싣는 모양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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