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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인선은 가장 어려운 문제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측근을 앉히면 국정 운영은 수월해지지만, 때로는 2인자로의 권력 분산이 눈에 거슬린다. 반대로 사방의 눈치를 살피는 관리형을 택하면 여야 관계는 한결 부드러워지지만, 책임을 피하려 하기에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무난한 총리의 대가는 대체로 무기력이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8.11
취임 후 첫 큰 선거를 치르고 나서 단행하는 두 번째 총리 인선은 5년 단임제의 속성상 특히 까다롭다. 임기 1년 차의 서슬 퍼런 권력은 무뎌지기 시작하고, 당청일체를 외치던 여당은 내부 균열이 일어나며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시작한다. 적폐 청산의 태풍 앞에서 바짝 엎드려 있던 야당 역시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선다.
국정 동력은 유지하면서 여의도로의 원심력을 눌러야 하는 이 시점에서 차기 후보군으로 정성호 법무장관과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장관은 대통령에게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정치적 동반자이고, 강 실장은 대통령이 가장 편하게 소통하는 핵심 참모로서 권부 내 장악력을 키웠다.
이번에 복심이 총리가 된다면 국정 추진력이 커질 것이다. 대통령이 총리를 의심하거나 견제하는 데 정력을 허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리가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대통령의 의중 확인 같은 불필요한 절차도 줄어든다. 외교·안보와 경제가 맞물려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가 27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김동진/정치/ 2004.7.27 (서울=연합뉴스)
kimd@yna.co.kr
역대 정부를 돌아봐도 강력하고 효율적인 국정 운영이 필요했던 시기에는 직진형 총리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노무현 정부의 두번째 총리인 이해찬이 대표적 사례다. 이 총리는 대통령과의 말다툼도 마다하지 않았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비망록 <바보, 산을 옮기다>에 따르면 2006년 유시민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은 관저에서 정면 충돌했다.
여당 내 반발을 이유로 이 총리가 유시민 카드를 계속 반대하자 노 대통령은 "당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며 불같이 화를 내면서 "반대할 거면 관두라"는 말까지 했다. 이 총리가 "측근과 사조직의 발호를 막아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보도 때문에 총리 주례회동이 중단될 정도의 긴장이 이어졌지만, 사법개혁 등 주요 개혁과제들이 그 시기 강력한 추진력을 얻었다.
보수 정부에선 김영삼 정부의 두 번째 총리인 이회창이 '할 말을 하는 총리'로 유명하다. 그는 헌법이 부여한 총리 권한을 적극 행사하려다 대통령과 수시로 충돌했다. 김영삼의 오른팔로 불렸던 최형우 내무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등 대통령 측근들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그는 헌법상 대통령 주재 자문기구였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총리인 자신이 배제되자 총리 승인 없는 회의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다 취임 넉 달만에 경질됐다. 하지만, 이회창의 항명 파동은 김대중 정부 들어 총리가 참여하는 NSC 제도화로 이어졌다.
그가 퇴임하면서 남긴 "허수아비 총리는 하지 않겠다"는 말은 개인적으로는 자리에서 물러난 패배의 기록일지 몰라도, 국정 운영에서 총리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분명히 각인시킨 사례로 남아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정부의 두번째 총리 인선을 앞두고 측근과 함께 통합형 내지 관리형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누구를 낙점하든, 2번째 총리는 임기 중 성과를 넘어 후대의 평가까지 내다보는 자리라는 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리더 곁에서 달콤한 목소리만 내는 것은 결국 독이 된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말리기는커녕 분위기를 살피다 옥에 갇힌 한덕수 총리의 사례만 봐도 답은 나와 있다.
국민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리더의 오판을 차단하는 마지막 안전장치, 차기 총리 인선은 바로 그 역할에 걸맞은 인물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평생 꽃길만 걸은 화려한 스펙과 두루두루 원만한 성품으로 포장된 인물, 주어진 원고만 읽으며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는 영혼 없는 인물은 임기 중반을 앞두고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을 빛내는 사람이 아닌 대통령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기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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